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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2023년 시즌 MVP에 빛나는 에릭 페디(당시 NC 다이노스)의 주무기는 빠르고 크게 휘어지는 스위퍼였다. 타자들의 악몽으로 군림하며 MVP 외에도 다승(20승) 평균자책점(2.00) 탈삼진(209개) 수비상까지 휩쓴 5관왕에 등극했다.
데이비슨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귀한 '정통 선발투수'다. 마이너와 빅리그를 통틀어 커리어 대부분을 선발로 지냈다. 롯데는 당초 구위 좋은 투수를 찾았지만, 자칫 이닝 이팅 능력이 부족한 선수를 영입할 경우 시즌 전체가 흔들릴 리스크가 크다고 보고 데이비슨으로 선회했다.
데이비슨이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지점은 자기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발전해나가는 선수라는 점. 직구 구속도 KBO 기준에선 부족함이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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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두 선수의 스타일은 많이 다르다. 반즈는 상대적으로 낮은 팔높이에서 빠른 스윙으로 던지는 날카로운 직구와 슬라이더가 주무기다. 여기에 체인지업을 곁들여 타자의 눈을 홀리는 직관적인 볼배합을 펼친다.
반면 데이비슨은 보다 선택의 폭이 넓다. 일단 최고 150㎞에 달하는 직구가 생갭다 좋다는 평가. 여기에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각도 큰 커브와 포크볼, 스위퍼를 활용해 완급조절을 하는 능력을 갖췄다. 투구 직전 공을 숨기는 동작(디셉션)도 합격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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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스위퍼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통해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전세계를 놀라게 했고, 페디와 네일의 주무기였던 구종이다.
데이비슨의 스위퍼는 좌타자의 바깥쪽으로 크게 휘어져나간다. 타자의 눈을 홀리면서 직구보다 아래로 가라앉는 반즈의 슬라이더와는 다르다.
메이저리그 공식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빅리그 시절 데이비슨의 스위퍼 구속은 약 82마일(약 132㎞ 안팎이며)이며, 분당 회전수는 2300~2500회를 기록했다. 빅리그에서도 타자들을 혼란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통상 메이저리그보다 손에 잘 붙는다는 KBO 공인구를 쓰면서 보다 인상적인 각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직구(140㎞대 중후반)-슬라이더(130㎞대 중반)와의 구속 차이도 적절하다. 여기에 120km 안팎의 커브가 곁들여지니 적절한 볼배합만 더해진다면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데는 부족함이 없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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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슨은 지난해 32경기 196⅔이닝을 소화하며 12승8패 평균자책점 3.84를 기록한 윌커슨의 빈 자리를 채워야한다. 지난해 윌커슨의 WAR(스포츠투아이 기준,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은 무려 5.32였다. 카일 하트(5.80)에 이은 투수 부문 전체 2위였다.
롯데가 가을야구에 가기 위해선 데이비슨이 윌커슨보다 한수위의 기량을 보여줘야한다. 롯데가 원하는 압도적인 에이스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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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