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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네일 스위퍼도 골치 아파 죽겠는데, 올러 슬러브는 어떻게 치라는 거야.
네일이 KBO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주무기 '스위퍼'였다.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를 중심으로 많은 투수들이 던지는 필살기 변화구. 슬라이더 궤적인데, 공이 휘어져 나가는 각이 훨씬 커 타자들이 알고도 못 치는 공이다. 2023 시즌 에릭 페디(당시 NC)가 스위퍼 열풍을 일으키며 메이저리그 '역수출 신화'를 쓴 데 이어, 네일도 스위퍼로 다시 한 번 KBO리그를 평정했다. 네일도 미국 복귀를 생각 안 한 건 아니지만, KIA의 180만달러 화끈한 베팅에 다시 한번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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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BO리그에서 슬러브를 던지는 투수는 거의 없었다. 올러의 슬러브에 대해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우타자 몸쪽으로 오다 바깥쪽 아래로 훅 휘어져 떨어지는 마구에 메이저리그 타자들도 속수무책이었다.
실제로 올러브가 어떤 공을 던지는 지가 중요했다.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올러는 25일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연습경기에 3번째 투수로 나와 2이닝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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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이닝 퍼펙트. 이날 직구와 슬러브 2개의 구종만으로 한화 타선을 쉽게요리했다. 다른 구종을 못 던지는 게 아니다. 슬러브가 첫번째 변화구 옵션이기는 하지만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다 던질 줄 안다. 연습경기, 첫 실전인 만큼 발톱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위력은 엄청났다. 한화 베테랑 타자 이재원은 머리로 공이 오는줄 알고 움찔하며 피했는데, 공은 한가운데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심우준도 깜짝 놀라며 피하기는 마찬가지. 빠른 직구를 보다, 우타자 몸쪽이나 가운데에서 흘러나가는 슬러브를 보면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 느낌을 줬다.
더 무서운 건 직구였다. 쌀쌀한 오키나와에서 KIA 유니폼을 입고 치르는 첫 실전, 여기에 배탈 증세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최고 153km를 찍었다. 구위 자체에 힘이 느껴졌고, 키도 1m93으로 커 타점이 높아 공이 날아들어오는 각도 타자들에게 까다로울 것으로 보였다.
이대로 경기 체력만 순조롭게 끌어올린다면, 네일의 에이스 자리 마저 위협할 만한 특급 투수임이 확인됐다. 네일 스위퍼도 버거운데, 이제 올러의 슬러브까지 대처해야 한다. 광주가 마구의 도시가 돼버렸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