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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메이저리그 최고 명문 뉴욕 양키스가 반 세기 가까이 이어온 전통을 스스로 깨트렸다.
선수들에게 엄격히 금지했던 장발과 화려한 수염 등 얼굴과 헤어 스타일에 관한 내부 규정을 대폭 완화했다. 양키스 선수들은 입술 아래 수염을 기를 수 없었고, 뒷목을 덮을 정도로 머리카락을 기르는 행위를 금지했다. 단, 콧수염은 지저분하다는 인식만 주지 않으면 됐다.
할 스타인브레너 양키스 구단주는 22일(한국시각) "우승은 나의 부친에게 가장 중요했다. 누군가 그에게 다가가 이 조치가 우리가 원하는 선수들을 영입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면, 우리가 오프시즌에 해야 하는 중요한 선수 영입을 할 수 있다. 우승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부친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쉽게 이같은 조치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올시즌 후 FA 시장에 나오는 최대어 토론토 블루제이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를 겨냥한 발언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게레로는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는 대표적인 선수다.
양키스가 수염과 장발을 금지한 것은 할의 아버지로 2010년 타계한 조지 브레인스타너 구단주 시절인 1976년이다. 장발과 긴 수염이 선수들의 집중력에 방해가 된다고 여긴 터였다. 레지 잭슨, 제이슨 지암비, 랜디 존슨, 쟈니 데이먼, 미구엘 카스트로, 앤드류 맥커친 등 새롭게 양키스 유니폼을 선수들은 입단식과 스프링트레이닝 캠프에 머리와 수염을 말끔하게 자르거나 깎고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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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까지 49년 동안 이 규정이 양키스 선수들의 자유로운 치장과 표현을 금지해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일면서 할 스타인브레너 구단주가 이번 오프시즌 들어 본격 검토하게 됐다.
ESPN은 '구스 고시지부터 서먼 먼슨, 앤디 페팃, 로저 클레멘스에 이르기까지 규정의 일관성 없는 적용은 변화를 위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양키스 선수들은 수염에 대한 애착 때문에 양키스에 뛸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스타인브레너는 이같은 이야기를 듣고 지난 월요일 양키스 출신의 론 기드리, 페팃, CC 사바시아 뿐만 아니라 현역인 애런 저지, 게릿 콜, 지안카를로 스탠튼의 의견을 들으면서 논의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이번 오프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양키스로 이적한 마무리 데빈 윌리엄스는 규정 폐지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적잖이 놀랐다. 턱수염을 기르는 선수들 사이에서 그 규정을 없앨 수도 있다는 얘기가 오갔는데, 실제 그렇게 됐다. 다시 수염을 기를 수 있게 됐다"며 반겼다.
윌리엄스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2019년 이후 한 번도 수염이 없는 상태에서 던진 적이 없다. 그러나 그는 지난 주 양키스 스프링트레이닝 캠프인 플로리다주 탬파에 도착해 수염을 깎아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 기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양키스 에이스 게릿 콜은 "엄청난 조치다. 양키스 팬으로 자라면서 양키스가 하는 모든 것들을 따라하고 싶었다. 그래서 (양키스 이적 후)면도를 하고 양키스 문화의 일부가 돼 정말 멋졌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유산으로 전환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정말 근사한 일"이라며 밝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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