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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지난해 '프리미어12'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국민적 영웅이 된 대만 야구 대표팀이 약체 스페인에 충격적 대패를 당했다.
이날 패배는 대만 야구 대표팀이 스페인 야구 대표팀에 진 역사상 첫 사례다. 대만 언론도 충격에 빠졌다. 대만 스포츠 매체들은 "야구 대표팀이 투수진 붕괴로 37년만에 스페인전 첫 패배를 당했다"며 앞다퉈 보도했다.
대만이 스페인과 국제 대회에서 맞붙은 사례는 지난 37년 동안 총 4번이었다. 1988년, 2005년,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만났고 모두 대만이 대승을 거뒀었다. 또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무려 20대0의 대승을 거둔 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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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관하는 대회인 WBC는 해당 국적을 보유하지 않아도, 혈통이 인증되면 해당 국가의 대표로 뛸 수 있다. 어머니가 한국인, 아버지가 미국인인 '혼혈' 토미 에드먼(LA 다저스)이 한국 국적은 없어도 지난 WBC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 일원으로 뛸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른 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번 WBC 예선에 나선 스페인 대표팀 중 대부분이 중남미 출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스페인 대표팀 중 스페인에서 태어난 선수는 호르헤 발보아 딱 한명 뿐이었다. 나머지 선수들은 스페인계 혈통을 가진, 중남미 국가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이들이다. 중남미 국가들은 대부분 어릴 때부터 야구를 즐기고, 전문적으로 야구를 하는 유소년 선수들이 많다. 실제로 다수의 선수들이 미국 마이너리그 경험이 있다.
프로 리그가 없는 스페인 자체는 '야구 약체국'이라고 불릴 수 있겠지만, 적어도 혈통으로 국가대표에 소집되는 WBC 대회에서만큼은 예외인 셈이다. 결국 대만은 예상치 못한 일격을 당했다.
청하오쥐 대만 대표팀 감독은 "스페인의 공격이 너무 강했다. 마운드를 빨리 재정비해야 한다.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다. 오늘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은 나의 잘못이다. 내가 책임을 질 것"이라면서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결선에 진출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홈런을 친 장위청은 경기 후 현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스페인 타자들이 정말 강했다"고 평했다.
스페인 대표팀의 깜짝 선전은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에도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다. 이날 류지현 감독을 비롯해 강인권, 이동욱, 허삼영 등 전력강화위원들은 타이페이돔 현장에서 스페인-대만전을 지켜봤다.
혈통으로 출전하는 WBC에서는 이와 같은 이변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한국 야구 대표팀에도 대비책을 세워야 하는 포인트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