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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아메리칸 드림'을 기대하며 떠났지만, 눈 앞에 펼쳐진 건 '악몽'같은 현실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21일(이하 한국시각)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하던 고우석이 오른손 검지 골절부상을 입었다. 2주 뒤 재검진을 받게 된다'고 보도했다.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마이애미 해럴드의 아이작 아자웃 기자는 '고우석이 훈련 도중 웨이트 트레이닝장에서 수건을 이용한 섀도 피칭을 했다. 그 과정에서 손가락에 이상을 느꼈고, 특정 그립을 잡을 때 손가락을 다쳤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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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기초적인 훈련을 하다가 검지 손가락이 골절됐다는 건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운이 엄청나게 나쁜 케이스다. 또는 기존 훈련 때 이미 손가락 뼈에 실금이 가 있었는데, 무심코 지나쳤다가 섀도 피칭 때 악화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고우석에게는 최악의 상황이다. 사실상 이 부상으로 스프링캠프는 조기 종료됐다고 봐야 한다. 최소 2주 이상 공을 던질 수 없기 때문에 스프링캠프와 곧 23일부터 시작되는 마이애미의 시범경기에서 전부 아웃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시범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는 건 결국 고우석이 시즌 초반 메이저리그에 입성해볼 수 있는 기회를 날렸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고, 마이너리그에서조차 큰 두각을 보이지 못한 고우석이 유일하게 자신의 역량을 마이애미 구단에 어필할 수 있는 찬스였다.
이를 통해 개막엔트리 진입을 노리는 게 일반적인 마이너리거들의 빅리그 입성 루트다. 그러나 고우석은 부상으로 그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됐다. 결국 재활을 거친 뒤 다시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마이너리그에서 압도적인 구위와 성적을 찍는다면 빅리그 입성을 노려볼 수는 있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실패의 경험이 크다. 고우석은 2024시즌을 앞두고 포스팅을 통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했다. 2년 총액 450만달러의 계약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고우석의 야구 커리어에 '꽃길'이 열리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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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는 고우석을 바로 트리플A 잭슨빌 점보슈림프로 배정했다. 그러나 5월 30일에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하고 방출대기 조치를 내렸다. 고우석은 어떤 구단으로부터도 콜을 받지 못한 채 마이너리그 잔류를 선택했다. 이후 마이애미는 7월에 고우석을 더블A 펜서콜라 블루와후스로 보내버렸다. 사실상 방출을 종용하는 방식. 그러나 고우석은 시즌이 종료될 때까지 남아있었다.
트리플A에서 16경기에 나온 고우석은 2승 1홀드에 평균자책점 4.29를 기록했지만, 더블A에서는 28경기에 나와 2승3패 3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8.04를 기록했다. 트리플A나 더블A에서 모두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엄밀히 따지면 평균 이하로 빅리그 입성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현재 고우석은 마이애미 산하 더블A 구단인 펜서콜라 블루와후스 소속이다. 마이애미 구단은 지난 1월 말 고우석을 스프링캠프 초청선수(Non-Roster Invitees) 명단에 포함시켜 마지막 기회를 주려 했다. 고우석은 지난 13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의 로저 딘 파크에서 시작된 스프링캠프에 참가 중이었다.
일주일 만에 손가락 부상을 입은 고우석은 이제 다시 더블A 팬서콜라에서 시즌을 맞이할 전망이다. 시즌 종료까지 그곳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마이애미는 '마이너리그행 거부권'이 있는 고우석을 쉽게 빅리그로 올리지 못한다.
고우석이 더블A와 트리플A에서 MVP급 활약을 펼치지 않는다면 올 시즌 내 빅리그에 콜업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계약도 마지막 해다. 검지손가락 골절은 고우석의 한국 컴백 신호탄이 될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