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명? "3루 브레그먼에 양보할 생각 없어" 4526억의 자존심, 감독은 "일단 3루수 훈련해" 달래느라 진땀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5-02-18 15:24


항명? "3루 브레그먼에 양보할 생각 없어" 4526억의 자존심, 감독은…
보스턴 레드삭스 라파엘 데버스가 자신의 포지션인 3루를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항명? "3루 브레그먼에 양보할 생각 없어" 4526억의 자존심, 감독은…
알렉스 브레그먼이 지난 17일(한국시각) 보스턴 입단식에서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보스턴 레드삭스 라파엘 데버스가 자신의 포지션인 3루를 내놓을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보스턴이 거물급 FA 3루수 알렉스 브레그먼을 영입하면서 데버스가 발끈한 것이다.

데버스는 18일(이하 한국시각)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에서 가진 팀의 스트링트레이닝 첫 날 인터뷰에서 "3루는 내 포지션이다. 내가 플레이하는 곳이다. 구단의 생각이 뭔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표시한 뒤 "우리는 얘기를 나눴는데, 난 내가 바라는 바를 분명하게 전달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나로서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보스턴은 지난 13일 브레그먼과 3년 1억2000만달러(약 1732억원) 계약에 합의했다. 올해와 내년 시즌을 마치면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조항을 넣었으니, FA 재수를 감안한 계약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브레그먼은 3루수다. 기존 데버스의 포지션이다. 데버스는 2017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후 줄곧 주전 3루수로 활약했다. 2년 전에는 10년 3억1350만달러(약 4526억원)에 연장계약까지 했다. 보스턴을 대표하는 간판타자다. 브레그먼 역시 2020년 이후 3루수로만 뛰었다. 작년에는 3루수 골드글러브도 수상했다. 두 선수의 포지션이 겹친다.

누군가는 3루를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데버스는 그럴 생각이 없다. 그는 특히 지명타자로 변신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항명? "3루 브레그먼에 양보할 생각 없어" 4526억의 자존심, 감독은…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이 알렉스 브레그먼을 안아주고 있다. AP연합뉴스
보스턴이 이런 문제를 알고도 브레그먼을 데려온 것은 최근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원인이 공격력 약화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즉 수비가 좋은 브레그먼을 데려와 3루수를 맡기고, 데버스를 지명타자로 옮겨 공격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데버스는 최근 4년 동안 시즌 평균 32홈런, 타율 0.279를 때렸다. 타격은 데버스가 우위다. 더구나 나이도 데버스가 2살 어리다. 보스턴으로서는 데버스의 계약 규모와 공격력을 감안해 3루수를 계속 맡는데 대한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데버스는 지난 주말 크레이그 브리슬로 야구본부장 및 알렉스 코라 감독과 만나 이 주제를 놓고 논의를 했다는 자체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데버스는 "난 사람들의 말을 잘 믿는 스타일이다. 진심으로 받아들인다. 그들이 그런 제안을 한 것에 너무 놀랐다"며 "이런 게 모두 비즈니스 측면으로 우리 모두 팀을 위해 최선의 결정을 해야 한다는 걸 잘 아는데, 이것은 비즈니스로 봐도 옳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항명? "3루 브레그먼에 양보할 생각 없어" 4526억의 자존심, 감독은…
보스턴 레드삭스 3루수 라파엘 데버스. AP연합뉴스

이에 대해 코라 감독은 "로스터 구성을 위해, 미래를 위해 내려지는 결정은 팀을 가능한 한 최고의 전력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데버스는 자부심이 강한 선수다. 우리는 그가 3루수라고 생각한다. 3루수로 훈련을 할 것"이라면서도 "그에 따라 결정을 내릴 것이다. 이것은 브레그먼를 위한 것도, 데버스를 위한 것도, 나를 위한 것도 아니다. 오로지 팀에 이득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얘기인데, 누군가는 3루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심각한 문제로 커질 수 있다. 코라 감독은 "브레그먼은 2루 또는 3루, 데버스는 3루 또는 지명타자를 맡을 수 있다"며 향후 두 선수의 포지션 구상을 밝혔다.

이에 대해 ESPN은 '유망주 순위 26위인 크리스티안 캠프벨이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포함되면 2루수를 맡을 수 있다. 그러면 브레그먼이 3루를 보고, 데버스가 지명타자로 이동할 것'이라며 '캠프벨이 트리플A에서 시즌을 보낸다면 일단 브레그먼이 풀타임 2루수가 될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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