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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대표팀이나 구단이나 베테랑을 다 빼버리고 그 자리에 젊은 선수를 채워 넣으면 그 선수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정후는 특히 일본 대표팀 투수들의 공을 지켜본 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에는 강속구로 유명한 오타니 쇼헤이와 사사키 로키(이상 LA 다저스) 외에도 직구 구속 150㎞를 밑도는 투수가 거의 없으면서 제구가 정교했다. 포크볼과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투수들이 대부분. KBO리그에서는 에이스급 투수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공이었다.
이정후는 2022년 타격 5관왕(타율, 안타, 타점, 출루율, 장타율)에 오르며 MVP를 차지한 직후였는데도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공들을 쳐서 좋았다. 확실히 일본 투수들의 공이 좋았다. 리그에서는 보지 못하던 공들이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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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또 "대표팀은 경험 쌓는 곳이 아니라 그해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낸 선수들이 가서 우리나라 이름을 걸고 싸우는 곳이다. 좋은 퍼포먼스를 낸 선배가 있음에도 세대교체라는 명분으로 어린 선수가 나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프리미어12 당시 대표팀 탈락으로 아쉬움을 샀던 대표적인 베테랑은 좌완 류현진(38·한화 이글스)이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커리어을 접고 지난 시즌 국내 복귀를 선택하면서 대표팀 승선에 자유로운 몸이 됐다. 류현진은 지난해 28경기에서 10승8패, 158⅓이닝, 평균자책점 3.87을 기록하며 노장의 건재함을 알렸다.
류현진은 국내 복귀 당시 프리미어12에 뽑히면 나갈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선수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나를 뽑아주실지 모르겠지만 한 번 더 대표팀에 가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경기해 보고 싶다"고 바람을 표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류현진은 2026년이면 나이 39살이 된다. 그때까지 KBO리그 최정상의 기량과 체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아직 확신은 이르다. 국제대회에서 기여도가 컸던 김광현(37·SSG 랜더스) 김현수(37·LG 트윈스) 등은 이미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상황. 나이 30대 초중반 선수들과 신구 조화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 고민을 이어 가야 할 듯하다.
KBO는 2024 프리미어12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류중일 전 감독과 결별하고, 류지현 감독을 새로 선임했다. 전력강화위원회에는 강인권, 이동욱, 허삼영 등 KBO 감독 출신들을 대거 선임했고,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이 합류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을 중심으로 2026년 WBC에서 성적을 내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전과 같은 대표팀 세대교체 전략을 유지할지는 물음표다.
일단 류지현 감독은 WBC 예선전 전력 분석을 위해 오는 20일 대만으로 출국한다.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열리는 WBC 예선전은 대만, 남아프리카공화국, 니카라과, 스페인 등 4개국이 출전해 라운드로빈 형식으로 진행된다. 예선전을 통과하는 상위 2개 팀은 2026년 3월에 열리는 WBC 본선 진출권을 얻는다.
류 감독과 함께 이번 전력분석 출장에는 강인권, 이동욱, 허삼영 전력강화위원과 전력분석담당 직원이 동행한다. 오는 25일까지 전력분석을 진행한 뒤 26일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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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