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 ERA 0.93인데…' 올림픽→WBC→AG 뛴 투수를 몰라? 박세웅은 아직 배가 고프다 [타이베이스케치]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5-02-12 13:20 | 최종수정 2025-02-12 18:51


'국제대회 ERA 0.93인데…' 올림픽→WBC→AG 뛴 투수를 몰라? …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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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대만)=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혹시 국제경기에 출전한 적 있나요? 대만 야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대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과의 1차전에 나설 선발투수에게 던져진 현지 취재진의 첫 질문이다.

기분이 아득해질 수밖에 없다. 그 말을 듣는 주인공은 다름아닌 박세웅이었기 때문.

2014년 1차지명으로 KT 위즈에 입단했다가 2015년 롯데로 트레이드된 이래 선발 한자리를 든든하게 지켜왔던 그다. 롯데 뿐만 아니라 KBO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선발투수 중 한명이다. 세 차례나 10승을 넘겼고, 지난해에는 173⅓이닝(이닝 3위)을 책임지며 이닝이터로서의 면모만큼은 외인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국내 최고의 투수 중 한명임을 다시 입증했다.

국제대회 출전 경험도 풍부하다. 프로 입문전 18세 이하(U-18) 대표팀을 시작으로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2020 도쿄올림픽, 2023 WBC와 항저우아시안게임에 두루 출전했다. 모두 대만 대표팀이 참여했던 대회들이다. 박세웅의 국가대표 통산 성적은 9경기 19⅓이닝, 2승1패 평균자책점 0.93, 삼진 26개다.

박세웅도 잠시 당황하는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당연히 던져본 적 있다. 대만 야구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지난 프리미어12에서 우승하는 등 정말 강해졌다고 생각한다"라며 침착하게 답했다.


'국제대회 ERA 0.93인데…' 올림픽→WBC→AG 뛴 투수를 몰라? …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한편으론 박세웅이 진짜 안경에이스로 거듭나지 못했다는 의미도 된다. 박세웅 스스로의 표현처럼, 한국 야구 그 자체였던 선배들의 존재감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한국시리즈 4승 투혼'으로 기억되는 원조 안경에이스 최동원은 선동열과 더불어 프로야구 초창기를 대표하는 투수일 뿐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돋보이는 슈퍼에이스였다. 당시 한국 야구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최동원을 모를 수 없었다. 염종석 역시 1992년 프로야구를 본 사람이라면 어찌 모를 수 있을까.

반면 박세웅은 아직 그만한 위치에 올라선 투수는 아니다. 아직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지 못했다. 또 대표팀에 자주 참여하긴 했지만, 확고한 대표팀 에이스의 보직을 부여받은 적도 없다. 또 대만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최근 WBC 때는 일본과 체코를 상대로 호투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다만 아시안게임 대만전에선 호투한 문동주의 뒤를 이어 등판했다가 제구 난조를 보이며 위기에 봉착했던 기억도 있다. 그 아쉬움을 일본과의 슈퍼라운드에서 6이닝 9K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풀었지만, '최고의 적수'로 꼽혔던 팀은 엄연히 린위민을 내세운 대만이었고, 그 책임은 문동주(한화 이글스)에게 주어졌다.

사전에 단순히 '박세웅, 1차전 선발투수' 등이 아닌 '롯데 투수 1명'으로만 정보를 전달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해도 팀을 대표해 인터뷰에 나설 만큼 간판 투수에게 경솔한 질문이었음은 분명하다.


'국제대회 ERA 0.93인데…' 올림픽→WBC→AG 뛴 투수를 몰라? …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다만 현실적으로 박세웅을 모를 수 있음을 인정해야한다. 반대로 한국인이 기억하는 대만 투수라봐야 과거의 왕젠민이나 왕웨이중, 최근의 린위민 정도가 고작인 것과 마찬가지다. 반대로 현지 취재진 중에는 아시안게임에 나섰던 문동주, 프리미어12에 출전했던 나승엽이나 윤동희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탄탄대로가 열렸다. 5년 90억원의 비FA 연장계약이 증명하는 가치의 소유자다. 고향도 아니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임에도 어느덧 부산을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성장했다. 어느덧 올해로 서른, 아직도 박세웅은 배가 고프다.


타이베이(대만)=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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