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보단 집중' 미디어 접촉 최소화→현지 기자회견마저 거부…'승부사' 김태형의 2년차 준비 [타이베이포커스]

김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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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2-12 12:49 | 최종수정 2025-02-12 13:51


'소통보단 집중' 미디어 접촉 최소화→현지 기자회견마저 거부…'승부사' …
가을야구 좌절 당시 김태형 감독. 스포츠조선DB

'소통보단 집중' 미디어 접촉 최소화→현지 기자회견마저 거부…'승부사' …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타이베이(대만)=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국제대회 경기를 치르는데, 사령탑이 브리핑을 안한다니 말이 됩니까?"

11일 대만 타이베이돔. 대만 취재진의 격한 항의가 이어졌다.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은 지난 1월 24일 입국 후 대만 남쪽 타이난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하지만 오는 21~22일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리는 2차 캠프로의 이동을 앞두고 잠시 북쪽의 수도 타이베이로 자리를 옮겼다. 12~13일 양일간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열리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과의 친선경기를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김태형 롯데 감독은 소통보다 집중을 택했다.

취재진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선수단 지도에만 전념하고 있다. 11일 훈련 때도 현지 취재진과 만나지 않았다. 급기야 12일 대만 대표팀과의 경기 전, 후 기자회견에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뒤늦게 '경기 후 기자회견만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만 취재진의 반발은 당연했다. 대만은 이번 2연전에 큰 의미부여를 하고 있다. 대만리그 정예들이 총출동 하는 대표팀 경기인 만큼 A매치에 준하는 '국제대회'로 인식하고 있다. 프리미어12 우승 직후의 뜨거워진 열기를 WBC로 이어가는 게 대만 야구계의 일치된 마음이다. 롯데에 대한 시선도 'KBO리그 대표'에 가깝다.


'소통보단 집중' 미디어 접촉 최소화→현지 기자회견마저 거부…'승부사' …
조원우 수석코치와 김태형 감독.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하지만 롯데 측 입장은 다르다. '매년 해온 캠프 연습경기의 일환일 뿐'이란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롯데 구단의 깊은 고민이 숨어있다. 당초 롯데는 1차 캠프 중 치르는 연습경기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최근 몇년간 1차 캠프에서는 최대한 몸 만들기에 집중하고, 간단한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짧은 청백전 정도를 치렀을 뿐이다. 빠르게 몸을 끌어올리다가 부상을 겪는 일을 자주 경험했기 때문이다.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주로 일본에서 열리는 2차 캠프부터 현지 팀 또는 KBO리그 팀들과의 연습경기를 치르며 본격적으로 시즌 준비에 돌입하곤 했다.

올해는 트레이너진을 대폭 보강하는 등 컨디셔닝에 최대한 초점을 맞췄다. 특히 지난해 수술을 한 최준용 고승민 유강남 등 재활조는 아직 실전 훈련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귀한 몸' 반즈와 데이비슨, 두 외국인 투수도 이번 경기에서 빠졌다.

이번 대만과의 2연전에서 박세웅 김진욱 등 주력 투수들은 짧은 이닝을 소화하며 몸상태를 점검하는 차원의 등판을 하고,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가능성과 현재 컨디션을 체크하는 정도가 전망.

수준 높은 대표팀과의 경기는 좋은 점검 기회임은 분명했다. 때문에 최대한 시기를 늦춰 출국 직전인 다음주중 경기를 치르도록 제안했다.


'소통보단 집중' 미디어 접촉 최소화→현지 기자회견마저 거부…'승부사' …
가을야구 좌절 당시 김태형 감독. 스포츠조선DB
하지만 대만 측이 오는 21일부터 WBC 예선이 시작되는 만큼, 시기를 더 늦추는 건 곤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결국 협상이 이어진 결과 12~13일로 정해졌다.

기왕 이렇게 된 만큼 김태형 감독은 최대한 선수단 관리에 신경 쓰겠다는 의지다. 미출전 선수나 경기에 임하는 태도 등에 대한 불편한 질문도 가능한 피하고자 하는 입장이다.

김태형 감독의 긴장된 속내도 엿보인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롯데에 입성할 때만 해도 김태형 감독은 말 그대로 '영웅 대접'을 받았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우승 3회의 명장에게 롯데팬들은 '우승'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저 2017년 이후 맥이 끊긴 가을야구, 1999년 이후 밟아보지 못한 한국시리즈 무대만을 원했다. 스프링캠프까지 따라온 열성팬들조차 "3년 안에 가을야구만 가면 만족한다. 우승은 재계약 후에 노크하셔도 좋다"라고 입을 모았다.

롯데에서 보기 힘들었던 승부사다운 면모, 직접 추진한 손호영 트레이드의 대박, 윤동희 나승엽 고승민 황성빈 등 젊은 타자들의 동반 성장 등 플러스 효과가 컸던 게 사실이다. 정철원-김민석 주력의 맞트레이드 역시 일단 환영 일색.


'소통보단 집중' 미디어 접촉 최소화→현지 기자회견마저 거부…'승부사' …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하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됐을 때 평가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젊은 팀인 만큼 팬들 또한 트레이드나 어린 선수들의 성장과 육성에 예민하다. 하물며 김민석은 유니폼 판매 1위를 달릴 만큼 롯데 최고의 인기 스타였다.

입성 당시의 호언장담과 달리 첫 시즌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쉽지 않겠다'고 느꼈다는 김태형 감독. 명장일수록 성적 스트레스는 더 심할 수밖에 없다. 단지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가을야구 탈락이 결정될 당시에는 두산 시절 보기 드물었던 강렬한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객관적 평가에서 롯데를 올해 5강 후보로 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올해는 반드시 가을야구'라는 부담감이 사령탑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일찌감치 '집중 모드'를 켠 김태형 감독이 지난 7년간 끊긴 가을야구 갈증을 풀 수 있을까.


타이베이(대만)=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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