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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세계 최고 유니폼을 입었으니까. 그만큼 잘해서 멋진 팀의 일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다저스는 최근 2년 동안 스토브리그에 거의 15억 달러(약 2조1835억원)를 쏟아부었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10일 '다저스는 10억 달러(약 1조4557억원)를 투자한 비시즌을 보내고 1년 만에 거의 5억 달러(약 7278억원)를 새로 투자하고 다른 사업들도 처리하는 등 계속 돈을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강의 전력을 구축하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다저스가 10일 베테랑 슈퍼 유틸리티 엔리케 에르난데스와 재계약하면서 김혜성의 입지가 순식간에 좁아졌다. 에르난데스는 신체검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다저스와 1년 계약을 했고, 금액은 아지 공개되지 않았다.
다저스는 김혜성과 계약 직후 주전 2루수로 낙점했던 개빈 럭스를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하면서 내야 중복 선수 정리에 나섰다. 주전으로 고려했던 선수를 트레이드하는 과감한 결정에 '김혜성을 위해 길을 터주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김혜성의 몸값은 다저스 슈퍼스타들과 비교해 '고작'을 붙여도 될 정도로 낮은 편이다. 다저스뿐만 아니라 다른 메이저리그 구단에서도 2년 1250만 달러 보장 계약을 한 선수가 주전을 낙관하는 일은 거의 없다. 어쩌면 럭스 트레이드에 너무 일찍 행복회로를 돌렸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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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김혜성은 전력을 위해서라면 투자와 트레이드를 아끼지 않는 다저스와 손을 잡았다. 에르난데스 재계약과 같은 변수는 시즌 중에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에르난데스는 어쩌면 럭스보다 까다로운 경쟁 상대일지도 모른다. 에르난데스는 빅리그 11시즌 통한 1183경기, 타율 0.238(3487타수 830안타), 120홈런, 435타점, OPS 0.713을 기록했다. 타율은 낮은 편이지만, 일발 장타력이 있고 외야수와 2루수, 유격수까지 가능한 수비력을 높이 평가받는다.
에르난데스는 우승 반지의 주인을 정하는 가을에 가장 강한 선수이기도 하다. 에르난데스는 포스트시즌 통산 OPS 0.874, 15홈런을 기록했다. 2021년 이후 포스트시즌 성적은 타율 0.352, 7홈런, OPS 1.008로 말 그대로 맹타를 휘둘렀다. 2년 연속 정상을 노리는 다저스가 가장 포기하지 못하는 포인트가 바로 에르난데스의 가을 클러치 능력이다.
김혜성으로선 현재 스프링캠프에서 경쟁자들과 부딪히는 것 외에는 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 이런 때일수록 단순하게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에르난데스는 1991년생이다. 전성기 나이인 1999년생인 김혜성이 경쟁력을 보여 준다면 다저스가 굳이 에르난데스를 2루수로 기용하는 빈도를 높이지 않아도 된다.
다저스가 큰돈을 과감히 써도 허투루 투자하는 구단은 아니다. 다저스는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개막시리즈에 앞서 '팀 코리아'와 평가전을 치를 때 김혜성의 플레이를 흥미롭게 지켜봤다. 다저스는 이후 김혜성을 더 유심히 살폈고, 올해 계약까지 이어졌다.
브랜든 고메스 다저스 단장은 "우리는 정말 재능 있는 선수를 영입했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활용할지는 지켜보겠다. 지난해 우리가 부상으로 얼마나 고생했는지 눈치챘는지 모르겠는데, 다양한 포지션 커버가 가능한 선수를 데리고 있는 것은 정말 큰 도움이 된다. 김혜성은 서울시리즈 평가전에서 빼어난 운동 능력과 폭발력을 보여줬다. 발도 매우 빠르고, 여러 포지션에서 좋은 수비력을 갖췄으며 타격에도 장점이 있다"며 김혜성을 향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김혜성은 처음부터 쉽게 주전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포지션은) 감독님께서 정해 주시는 것이고, 플레이어로 잘 준비해서 어디든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려서 팀에 보탬이 돼서 2025년 시즌도 우승해서 우승 팀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잘하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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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