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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KIA 타이거즈가 우여곡절 끝에 2025년 연봉 재계약 대상자 45명 모두와 계약을 마쳤다. 마지막 미계약자로 남아 있던 투수 김사윤(31)이 결국 백기 투항했다.
김사윤은 구단과 긴 줄다리기 끝에 지난해 연봉 3400만원에서 600만원이 인상된 금액에 사인했다. 김사윤의 올해 연봉 4000만원은 KIA가 처음부터 고수했던 제시액이다. 김사윤은 팀이 지난해 통합 우승을 차지하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겨울을 맞이한 만큼 연봉 조정 신청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가능한 버티며 구단이 조금 더 인심을 쓰길 바랐다.
하지만 김사윤은 단 1원도 더 올리지 못한 채 고집을 꺾어야 했다. 우선 홀로 미계약자로 남아 있으면서 구단이 더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충분히 느꼈을 것이다.
김사윤은 겨우내 재활 훈련을 진행해 급히 캠프에 합류해야 할 선수는 아니었다. KIA 관계자는 그래서 지난달 22일 김사윤을 유일한 미계약자로 발표하면서 "현재 재활 선수라 시간을 더 갖고 대화해 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사윤은 연봉 계약을 마치고도 1, 2군 캠프에 합류하지 않고 함평(2군 훈련지) 재활조로 합류해 시즌을 준비할 예정이다.
왜 KIA는 이토록 냉정할 수밖에 없었을까. 김사윤은 지난 시즌 1군 23경기에 등판해 1패, 1세이브, 37이닝, 평균자책점 4.62를 기록했다. 1군 등록일수는 98일이었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2023년 시즌을 통째로 날린 뒤 복귀 시즌이었고, 불펜에서 가비지 이닝을 처리하는 감초 임무를 해낸 것은 사실이나 풀타임 전력은 아니었다. 우승 주역들과 똑같이 후한 대접을 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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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은 연봉 협상에서 최대한 잡음을 줄이기 위해 고과를 근거로 인상 또는 삭감 금액을 책정한다. 지난해 김사윤과 팀 내 기여도가 비슷했던 투수로는 김건국과 김승현 등이 있다. 김건국은 20경기, 1패, 34⅓이닝, 평균자책점 7.86을 기록해 지난해 연봉 4000만원에서 500만원이 인상된 4500만원에 사인했다. 김승현은 15경기에서 1승, 18이닝,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해 지난해 연봉 4100만원에서 500만원 오른 4600만원에 합의했다. 김사윤은 이들보다 인상 금액이 100만원 더 높았는데, 워낙 지난해 연봉 자체가 낮다 보니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 그래도 구단은 선수단 전체를 보고 형평성에 무게를 두면서 움직여야 하다 보니 김사윤 개인의 뜻을 무조건 존중해 주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샐러리캡에 여유가 없다고 말하기에는 김사윤이 고액연봉자가 아니기에 차이는 미미했을 것이다.
어쨌든 김사윤은 조금만 더 대우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버텼다가 '유일한 미계약자'라는 낙인만 찍힌 채 새 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김사윤이 구단과 연봉 협상을 하면서 어렵게 버텼던 시간을 보상받기 위해서는 올 시즌 보란 듯이 더 좋은 성적을 내는 수밖에 없다. 구단이 반박할 수 없을 정도의 성적을 내면 다음 연봉 협상 때는 잡음 없이 원하는 금액 또는 그 이상을 얻을 수도 있다. 모든 것이 김사윤에게 달렸다.
김사윤은 화순고를 졸업하고 2013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28순위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1군에서 될 듯 안 될 듯 야속한 시간이 흘러가던 차에 KIA가 2022년 5월 트레이드로 영입하면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2023년 1월에는 김정빈에서 김사윤으로 개명하면서 변화를 기대하기도 했다.
김사윤은 KIA 이적 후에도 1군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하는 사이 나이도 30대로 접어들었다. 더는 팀이 유망주로 기대하며 기다릴 수 없는 나이기에 이제는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 올해로 KIA 이적 4년차가 된 김사윤은 연봉 협상에서 진통을 겪은 아픔을 발판 삼아 마운드에서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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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