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수가 단 1원도?' 미계약자 낙인만 찍고 백기 투항…왜 KIA는 냉정했나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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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2-09 00:14 | 최종수정 2025-02-09 09:39


'이럴수가 단 1원도?' 미계약자 낙인만 찍고 백기 투항…왜 KIA는 냉…
21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와 KIA의 경기, 6회초 KIA 김사윤이 NC 김주원의 땅볼타구를 잡아 1루로 던지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4.21/

[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KIA 타이거즈가 우여곡절 끝에 2025년 연봉 재계약 대상자 45명 모두와 계약을 마쳤다. 마지막 미계약자로 남아 있던 투수 김사윤(31)이 결국 백기 투항했다.

KIA는 8일 오전 '김사윤이 7일 연봉 4000만원에 재계약했다. 이로써 KIA는 2025년 선수단 연봉 재계약을 모두 마쳤다'고 간략하게 발표했다.

KIA는 지난달 22일 선수단과 연봉 재계약을 모두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미국 어바인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에 일 처리를 마치기 위해서였다. KIA는 가장 큰 인상이 예상된 지난해 MVP 김도영과 협상을 가장 마지막으로 미뤄두고 협상을 진행했는데, 오히려 김도영과는 빠르고 깔끔하게 협상이 끝났다. KIA는 김도영의 지난해 연봉 1억원에서 무려 4억원이 인상된 5억원을 제시했고, 선수는 파격 대우에 만족하며 흡족하게 도장을 찍었다. KIA는 김도영을 끝으로 홀가분하게 연봉 협상을 마무리하는 그림을 그렸으나 뜻하지 않게 김사윤과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난감해했다.

김사윤은 구단과 긴 줄다리기 끝에 지난해 연봉 3400만원에서 600만원이 인상된 금액에 사인했다. 김사윤의 올해 연봉 4000만원은 KIA가 처음부터 고수했던 제시액이다. 김사윤은 팀이 지난해 통합 우승을 차지하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겨울을 맞이한 만큼 연봉 조정 신청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가능한 버티며 구단이 조금 더 인심을 쓰길 바랐다.

하지만 김사윤은 단 1원도 더 올리지 못한 채 고집을 꺾어야 했다. 우선 홀로 미계약자로 남아 있으면서 구단이 더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충분히 느꼈을 것이다.

버틸수록 선수는 불리하다. KBO 규정상 연봉 재계약은 1월 31일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마감일을 넘기도록 연봉 협상을 마치지 못한 선수는 미계약 보류선수로 분류된다. 미계약 보류선수는 선수단과 함께 단체 훈련에 참가할 수 없다. 김사윤은 당연히 1, 2군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모두 제외됐고, 연봉 계약을 매듭짓기 전에는 팀 훈련에 아예 참가할 수 없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당연히 연봉 계약을 마치지 않았으니 급여도 제대로 받을 수가 없다. 여러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김사윤은 겨우내 재활 훈련을 진행해 급히 캠프에 합류해야 할 선수는 아니었다. KIA 관계자는 그래서 지난달 22일 김사윤을 유일한 미계약자로 발표하면서 "현재 재활 선수라 시간을 더 갖고 대화해 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사윤은 연봉 계약을 마치고도 1, 2군 캠프에 합류하지 않고 함평(2군 훈련지) 재활조로 합류해 시즌을 준비할 예정이다.

왜 KIA는 이토록 냉정할 수밖에 없었을까. 김사윤은 지난 시즌 1군 23경기에 등판해 1패, 1세이브, 37이닝, 평균자책점 4.62를 기록했다. 1군 등록일수는 98일이었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2023년 시즌을 통째로 날린 뒤 복귀 시즌이었고, 불펜에서 가비지 이닝을 처리하는 감초 임무를 해낸 것은 사실이나 풀타임 전력은 아니었다. 우승 주역들과 똑같이 후한 대접을 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이럴수가 단 1원도?' 미계약자 낙인만 찍고 백기 투항…왜 KIA는 냉…
1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김사윤이 역투하고 있다. 대전=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4.13/

'이럴수가 단 1원도?' 미계약자 낙인만 찍고 백기 투항…왜 KIA는 냉…
26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 양현종이 김사윤과 대화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5.26/

구단은 연봉 협상에서 최대한 잡음을 줄이기 위해 고과를 근거로 인상 또는 삭감 금액을 책정한다. 지난해 김사윤과 팀 내 기여도가 비슷했던 투수로는 김건국과 김승현 등이 있다. 김건국은 20경기, 1패, 34⅓이닝, 평균자책점 7.86을 기록해 지난해 연봉 4000만원에서 500만원이 인상된 4500만원에 사인했다. 김승현은 15경기에서 1승, 18이닝,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해 지난해 연봉 4100만원에서 500만원 오른 4600만원에 합의했다. 김사윤은 이들보다 인상 금액이 100만원 더 높았는데, 워낙 지난해 연봉 자체가 낮다 보니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 그래도 구단은 선수단 전체를 보고 형평성에 무게를 두면서 움직여야 하다 보니 김사윤 개인의 뜻을 무조건 존중해 주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샐러리캡에 여유가 없다고 말하기에는 김사윤이 고액연봉자가 아니기에 차이는 미미했을 것이다.

어쨌든 김사윤은 조금만 더 대우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버텼다가 '유일한 미계약자'라는 낙인만 찍힌 채 새 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김사윤이 구단과 연봉 협상을 하면서 어렵게 버텼던 시간을 보상받기 위해서는 올 시즌 보란 듯이 더 좋은 성적을 내는 수밖에 없다. 구단이 반박할 수 없을 정도의 성적을 내면 다음 연봉 협상 때는 잡음 없이 원하는 금액 또는 그 이상을 얻을 수도 있다. 모든 것이 김사윤에게 달렸다.

김사윤은 화순고를 졸업하고 2013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28순위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1군에서 될 듯 안 될 듯 야속한 시간이 흘러가던 차에 KIA가 2022년 5월 트레이드로 영입하면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2023년 1월에는 김정빈에서 김사윤으로 개명하면서 변화를 기대하기도 했다.

김사윤은 KIA 이적 후에도 1군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하는 사이 나이도 30대로 접어들었다. 더는 팀이 유망주로 기대하며 기다릴 수 없는 나이기에 이제는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 올해로 KIA 이적 4년차가 된 김사윤은 연봉 협상에서 진통을 겪은 아픔을 발판 삼아 마운드에서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할 수 있을까.


'이럴수가 단 1원도?' 미계약자 낙인만 찍고 백기 투항…왜 KIA는 냉…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SSG와 KIA의 경기. 투구하고 있는 KIA 김사윤.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4.17/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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