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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보통 투수들은 자신의 컨디션이 어느 정도인지를 스스로도 알 수 있지만 구속을 보고서 좀 더 객관적으로 느낀다고 한다. 던질 때 감이 좋은데 실제로 구속이 잘 안나올 때도 있을 땐 객관적인 지표인 구속을 믿는 경우가 더 많다고.
주전급 선수들은 자신의 루틴에 따라 시즌에 맞춰 일부러 몸을 천천히 끌어 올리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이럴 때 빨리 구속을 올리려고 무리하다 부상이 올 수도 있다. 특히 신인이나 어린 선수들,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어야 하는 1,5군이나 2군 선수들이 조급해할 수 있다.
지난해 LG 트윈스가 배출한 왼손 에이스 손주영은 첫 불펜 피칭에선 구속을 측정하지 않았고 두번째인 지난 7일(한국시각) 불펜피칭에서 스피드건을 갖다 댔는데 조금은 당황스러운 구속이 나왔다. 지난해 최고구속이 152㎞를 찍었던 손주영이고 컨디션이 안좋은 날도 148㎞ 정도는 기록했었는데 80% 정도의 불펜피칭이어도140㎞가 최고 구속이었던 것. 이미 정규시즌 최고 구속에 육박하는 속도를 찍는 투수들에 대한 기사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손주영의 구속은 다소의외의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그래도 손주영은 "아직은 생갭다 구속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남은 캠프기간 동안 천천히 끌어올리도록 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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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영은 지난해였다면 5선발이 되기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전력을 다해야 했지만 지금은 이미 4선발로 확정이 된 상태라 정규시즌까지 시간이 충분하다. 굳이 빨리 구속을 올릴 필요가 없다. 그리고 몸상태 역시 무리할 이유가 없다. 지난해 첫 풀타임 선발로 144⅔이닝을 던지고 포스트시즌에도 던졌기에 체력적인 소모가 많았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서 중간계투로 나왔다가 팔꿈치에 이상이 생겨 자진 강판을 하며 프리미어12 대표팀에 뽑혔음에도 아쉽게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이상이 느껴졌을 때 바로 투구를 멈춰 큰 부상이 아니었고 2주 정도의 휴식만으로도 운동을 할 수 있게 됐지만 그래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
손주영은 지난해 9승10패 평균자책점 3.79를 기록해 평균자책점 전체 8위, 국내 2위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왼손 선발로서는 꽤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 차세대 국가대표 선발의 자질을 보였다. 하지만 비시즌에 은퇴한 윤석민과 한화 류현진, SSG 김광현이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얘기를 나누다가 국가대표팀 에이스로 차세대 투수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손주영을 비롯한 왼손 투수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이에 손주영은 "분발해야될 것 같다"면서 "압도적인 성적을 한번 내서 선배님들에게 이름을 각인시켜야될 것 같다"라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선발로 28~30경기 정도 등판하면서 160이닝 이상을 던지고 싶고 15승을 하고 싶다"라고 올시즌 목표를 당차게 밝혔다.
스프링캠프에선 정규시즌을 위한 훈련일 뿐이다. 스프링캠프에서의 구속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손주영의 강인한 멘탈을 확인시켜주는 에피소드였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