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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영이? 경쟁자라 생각 안 해요"…150억 가치 증명, 딱 하나만 보고 달린다

김민경 기자

기사입력 2025-02-04 18:44


"도영이? 경쟁자라 생각 안 해요"…150억 가치 증명, 딱 하나만 보고…
KIA 타이거즈 나성범.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솔직히 (김)도영이를 경쟁자라고 생각 안 하거든요."

KIA 타이거즈 거포 나성범(36)은 2024년 MVP 김도영(22)을 만든 숨은 공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성범과 김도영은 2023년 시즌을 앞두고 나란히 큰 부상으로 이탈해 함께 재활하며 끈끈해지는 시간을 보냈다. 나성범은 이때 아직 유망주의 틀을 벗지 못한 김도영에게 웨이트트레이닝 노하우를 알려주며 어떻게 몸을 만들어야 하는지 스스로 깨닫게 해줬다. 김도영은 덕분에 훨씬 탄탄한 몸을 만들 수 있었고, 지난해 141경기에서 타율 0.347(544타수 189안타), 38홈런, 40도루, 109타점, 143득점, OPS 1.067을 기록하며 단숨에 KBO리그 최고 타자로 발돋움했다.

나성범은 김도영의 성장을 흐뭇하게 지켜볼 뿐, 경쟁심을 느끼진 않는다고 했다. 어린 선수와 경쟁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배워서 본인이 더 성장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나성범은 "나는 솔직히 (김도영을) 경쟁자라고 생각을 안 한다. 나랑 경쟁하고 비교하는 대상이라고 생각 안 한다. 나이 차이도 있고, 포지션도 다르니까. 나는 나이 차이가 난다고 해도 배울 점이 있는 선수라면 나도 배우는 자세로 다가간다. 도영이는 되게 배울 점이 많은 선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고, 우리 팀에 저런 (어린) 선수가 많이 있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서로 경쟁이 되고 그러면서 팀이 강해지기 때문에 저런 선수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올해 윤도현이라는 선수도 있고, 아마 또 나올 것이다. 지켜보시면 될 것 같다"며 제2, 제3의 김도영이 KIA에서 계속 나오길 기대했다.

올해 나성범의 목표는 딱 하나다. 건강하게 풀타임 시즌을 치러 KIA가 큰돈을 투자한 이유를 제대로 증명하는 것. 나성범은 2022년 시즌을 앞두고 KIA와 6년 총액 150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계약 당시 역대 FA 최고액을 달성하며 왜 그해 최대어인지 증명했다.

하지만 아직은 냉정히 밥값을 다하진 못했다. 2024년을 끝으로 6년 계약의 반환점을 돌았는데, 2022년 첫해를 제외하고는 늘 부상에 시달려 풀타임을 뛰지 못했다. 2023년 58경기, 지난해 102경기 출전에 그쳤다. 2023년에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회 도중 왼쪽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6월 중순까지 그라운드로 돌아오지 못했고, 그해 9월에는 오른쪽 햄스트링이 손상돼 시즌을 접었다. 지난 시즌에도 개막을 앞두고 오른쪽 햄스트링에 다시 탈이 나면서 개막하고 한 달 정도는 합류하지 못했다.


"도영이? 경쟁자라 생각 안 해요"…150억 가치 증명, 딱 하나만 보고…
KIA 타이거즈 나성범.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도영이? 경쟁자라 생각 안 해요"…150억 가치 증명, 딱 하나만 보고…
KIA 타이거즈 변우혁과 김도영(오른쪽).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KIA에서 나성범의 지난 3시즌 통산 성적은 304경기, 타율 0.319(1159타수 370안타), 60홈런, 234타점, OPS 0.932다. 타격 지표 자체는 훌륭하지만, 경기 수가 확실히 적다.

나성범은 "지난해 부상이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조금 안 좋긴 했는데, 그래도 팀이 우승해서 만족하고 있다. 나도 내 자신에게 '올해는 좀 잘하자'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고, 올해는 반등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내가 잘해서 팀에 조금 더 보탬이 되고, 2연패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기도 하다. 우리 팀이 우승할 수 있도록 내가 조금 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아프지 않았을 때는 그래도 기록이 좋았다는 말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굳이 짤막했던 좋은 기억을 붙잡지 않고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했다.

나성범은 "(좋았을 때가) 기억 잘 안 난다. 다 잊었다. 이제 다시 리셋이고, 새롭게 시작하는 해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방망이를 잡았는데, 또 감이 별로 좋지는 않더라. 당연히 이제 막 잡았기 때문에 그렇다 생각하고, 천천히 끌어올리다 보면 다시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3번타자로 김도영을 일단 고정하고, 나머지 중심 타선은 나성범과 최형우 패트릭 위즈덤을 컨디션과 상황에 맞춰서 꾸리려 한다. 나성범 또는 위즈덤이 4번타자로 중심을 잡는 게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긴 하다.

나성범은 "내 앞에 빠른 선수들이 많이 나가 있으면 편하더라. 도영이가 3번을 치고 있으니까. 도영이가 우리 팀에서 제일 빠르고, (박)찬호랑 (최)원준이도 테이블세터로 많이 나갔던 선수들이라 그런 선수들이 앞에 나가다 보면 볼 배합도 조금 빠른 계열이 많이 올 것이다. 또 도루를 많이 할 것이기에 그런 것을 생각했을 때 나도 같이 붙어 있는 게 조금 편하기 때문에 그냥 희망사항"이라며 내심 4번타자 자리를 기대하면서도 "감독님께서 알아서 정하실 것"이라고 덧붙이며 웃었다.


"도영이? 경쟁자라 생각 안 해요"…150억 가치 증명, 딱 하나만 보고…
KIA 타이거즈 나성범.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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