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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롱(호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처음 계약을 할 때부터 4년 후에 재도전을 해보자고 목표를 세웠습니다."
질롱 캠프에서 만난 허경민은 "많이 편해졌다. 주장 (장)성우형 뿐 아니라 최고참 (우)규민이 형까지 재밌고 즐거운 훈련 분위기를 만들어주신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적응중이다. 나는 신인같이 운동하고 있다. 맞지 않나, KT 신인"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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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선수가 계약 과정에서 넣은 당연한 권리. 하지만 허경민은 이 권리를 사용하는데 엄청난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옵트아웃 문화에 익숙지 않은 두산 팬들의 배신감, 그리고 허경민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허경민은 지난 시즌 도중 잠실 홈경기 응원 단상 인터뷰에서 "두산을 절대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해 팬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그 선수가 결국 떠났으니 두산팬들은 이를 '배신'으로 연결짓고 불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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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민은 "사실 옵트아웃을 한다는 게 무조건 두산을 떠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두산에 남는 게 가장 좋았겠지만, 두산을 포함해 다른 팀들로부터 내 가치를 알아보고 싶었다. 선수로서 마지막으로 취할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해서였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 성적이 좋았다고 갑자기 FA를 선택한 건 절대 아니었다. 처음 4+3년 계약을 하면서부터 '4년 후에 다시 FA가 돼보자'라는 목표 의식을 갖고 야구를 했다. 추가 3년은 일종의 안전 장치였던 것이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진심이 100% 전달되지는 않을 걸 안다"며 힘겹게 심경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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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민은 "두산을 정말 사랑했고, FA 신청과 별개로 팀에 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팀 방침과 시장 상황이 생각지 못하게 흘렀고,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팬 여러분께 약속을 지켜드리지 못한 건 정말 죄송하다. 마음이 지금도 무겁다. 하지만 그 때 단상에서 말씀드린, 두산에 대한 애정은 진심이었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리빌딩을 선택한 두산은 KT의 4년 4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허경민은 이제 KT 선수다. 원정 선수단으로 잠실 두산 원정을 떠나야 한다. 허경민은 "당연히 팬들께 정중하게 인사를 드릴 거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할 지도 생각중이다. 환영해주실지, 아닐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해야할 도리를 하겠다"고 다시 한 번 진심을 전했다.
질롱(호주)=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