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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강백호는 연봉 인상액 신기록을 쓸만한 성적을 거뒀나.
KBO리그 역사에 한 시즌 활약으로 이렇게 천문학적인 금액이 올라간 사례는 없다. 이번 계약에 숨겨진 진실이 있다. KT와 강백호가 야구 역사에 남을 신기록을 합작했다는 점이다.
'평민' 신분에서 FA 계약, 비FA 다년계약을 맺으며 연봉 십수억원이 오르는, 수직 상승한 사례는 많다. 하지만 일반 연봉 재계약 대상자 중 이렇게 많은 인상을 기록한 선수는 없다. 신인급 선수들이 활약해 인상률 300~400%를 찍는다 해도 1억원을 갓 넘긴다. 기본 연봉 규모가 있는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 고과 시스템상 올라가는 제한 폭이 있기 마련이다. 이번에 6억3000만원 대박을 터뜨린 삼성 라이온즈 에이스 원태인의 예를 들면 2023 시즌 3억5000만원, 2024 시즌 4억3000만원 순차적으로 연봉을 올렸다. 15승 다승왕 타이틀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더해 2억원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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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강백호가 김도영보다 많은 4억1000만원의 인상액을 기록했다. 비FA, 비다년계약 제외 순수 연봉 재계약 대상자 인상액 역대 1위에 등극했다. 8년차 최고 연봉은 당연한 거였다.
강백호도 잘했다. 타율 2할8푼9리 26홈런 96타점. 지난 2년의 부진을 떨치고 '부활'한 스토리도 있다. 인상 요인이 확실했다. 하지만 김도영과는 비교 불가다. 타이틀 하나 없다. 3할도, 30홈런도, 100타점도 아니다. 그렇다고 팀이 우승하지도 못했다. 포수로 간간이 뛴 고과가 있다지만, 단순 증가액 기준 김도영 이상의 평가를 받을 임팩트까지는 아니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15승 투수 원태인보다도 낫다고 하기 힘들다.
그런데 KT는 왜 강백호에게 이런 엄청난 연봉을 안겼을까. FA 프리미엄 얘기가 나온다. 강백호는 올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다. 타격 능력이 워낙 좋고, 스타성도 있어 시장에서 인기를 끌 거라는 예상이다. 대부분 구단들이 예비 FA 선수들에게는 후하게 연봉을 책정한다. 삭감할 선수도 동결로 해주고, 고과 이상의 인상폭도 만들어준다. 이번 KIA 우승 주역이자 예비 FA 최원준도 2억2000만원에서 단숨에 4억원 연봉을 받게 됐는데, 사실 개인 성적은 뛰어나지 않아 4억원에 계속해서 물음표가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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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경우 문제는 프랜차이즈 스타 강백호에 대해, 벌써부터 잡을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의심을 산다는 것이다. 사실 강백호는 연봉이 삭감돼도, A등급이 확정이었다. 다시 말해, A등급을 만들기 위한 연봉 인상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구단이 정말 냉정했다면, 2년간 부진하기 전 찍었던 연봉 5억5000만원 수준으로 대우하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 정도만 해도 'KT가 서운한 대우를 했다'는 평가를 듣지는 않았을 상승폭이었다. 떠날 것부터 계산한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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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축구를 보면 '주급 체계'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특정 선수에게 과도한 연봉이 쏠리면, 다른 선수들도 같은 기준으로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당연하기에 구단 시스템이 무너져버리는 것이다. 이번 강백호의 '7억원 연봉'도 KT의 연봉 체계를 완전히 뒤흔들 수 있다. 오로지 보상금만 생각해 시스템을 무너뜨렸다면, 너무 근시안적 결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예비 FA 대책도 적당한 선에서 했어야, 뒷말이 나오지 않는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