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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결국 여론을 이기지 못했다. 박정태 감독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SSG 랜더스 구단은 24일 박정태 2군 감독 자진 사퇴 소식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박 감독은 "선임 이후 팬분들과 야구 관계자들의 우려의 목소리를 들었다. 현장으로 복귀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고, 이와 관련된 문제로 팬과 구단에 심려를 끼쳐드리고 싶지 않다. 향후 낮은 자세로 KBO리그 발전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해 보겠다"며 자진 사퇴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다.
SSG는 "이번 퓨처스 감독 선임과 관련해 팬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향후 구단은 KBO리그와 팬분들의 눈높이에 맞는 감독 선임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밝혔다.
선임 발표 후 24일만의 결정이다. SSG는 지난 12월 31일 박정태 전 해설위원을 2군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SSG는 선임 발표 당시 "육성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적 역량을 최우선 선임기준으로 세웠으며, 경력 검토 및 평판 체크 후 심층 면접 등의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약 12년의 경력 단절에도 "유소년 양성과 지도에 대한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왔으며, 아마추어 야구 저변확대에 힘써왔다"고 적극적으로 부연 설명을 이어갔다.
추신수 구단주 보좌역의 외삼촌이라는 혈연 관계에 대해서는 "추 보좌는 이번 선임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으며 예전에도 몇차례 후보군에 올라 검토됐었으며, 이번 선임 역시 그 전에 결정됐던 부분"이라는 번외 설명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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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정태 2군 감독이 가장 결정적으로 발목 잡힌 과거는 세번의 음주 운전 적발이다.
그는 2019년 1월 음주 상태로 시내버스 기사의 운전을 방해하고, 폭행한 사건을 일으켜 물의를 빚었다. 법원은 그해 5월 박정태 퓨처스 감독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당시 판시를 통해 박 감독이 총 3차례나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다만, 2019년 1월 당시 박 감독은 KBO리그 소속 신분이 아닌 야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리그 징계를 받지 않았다.
야인 시절에 저지른 잘못이라 KBO리그의 음주 운전 삼진 아웃 제도가 적용되느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KBO는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음주 사고를 낸 이후 1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이후 강정호가 친정팀 히어로즈 복귀를 추진했을때는 임의해지 복귀 신청은 허가하면서도, 총재 직권으로 선수 계약을 승인하지 않으면서 복귀가 무산된 바 있다. 강정호는 이후 사실상 현역 은퇴를 하게 됐다.
KBO리그 야구 '제152조의 2 [등록 제한]'에 "총재는 리그 관계자가 아닌 신분으로 유해 행위에 연루되거나 야구와 관련한 중대한 범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에 대하여 상벌위원회 심의를 거쳐 리그 관계자로의 등록·활동을 거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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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론의 반발을 이기지 못했다. 최근 비시즌마다 반복되고 있는 시끄러운 구단 내부 사정과 여러 면에서 불만이 쌓인 팬들의 성토, 언론의 부정적 의견들이 이어지면서 구단도 다시 검토를 하던 상황.
이런 와중에 박정태 감독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선임 이후 강화 퓨처스팀에 합류했던 박 감독은 본격적인 새 시즌 준비를 앞두고, 여론으로 인한 고민을 이어왔다. 결국 본인이 먼저 그만두겠다는 사퇴 의사를 구단에 밝혔고, 구단도 정식 등록 전에 사퇴 의사를 수용했다. SSG 2군 선수단은 25일부터 훈련을 시작한다. SSG 2군은 각 파트별 코치들이 훈련을 지휘하고, 구단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새 2군 감독 후보군을 추려 선임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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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