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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먹은 기자분, 우리 집에서 술 한잔 합시다" 이치로의 유쾌한 항의, 와그너는 10년 마음고생에 눈물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5-01-24 12:45


"나 빼먹은 기자분, 우리 집에서 술 한잔 합시다" 이치로의 유쾌한 항의…
스즈키 이치로가 24일(한국시각) 뉴욕주 쿠퍼스타운 명예의 전당에서 열린 2025년 헌액자 기자회견에 참석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나 빼먹은 기자분, 우리 집에서 술 한잔 합시다" 이치로의 유쾌한 항의…
2025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스즈키 이치로(왼쪽부터), 빌리 와그너, CC 사바시아가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스즈키 이치로가 마침내 명예의 전당(HOF) 유니폼을 입었다.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은 24일(이하 한국시각) 뉴욕주 쿠퍼스타운에서 2025년 HOF 헌액자들을 초청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치로는 이 자리에서 "이전에 이곳 명예의 전당을 7번 방문했었다. 이번 8번째인데, 나에게는 너무 영광스러운 자리에 오게 됐다. 매우 특별한 순간"이라며 소감을 나타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치로와 함께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75% 이상을 득표한 CC 사바시아와 빌리 와그너도 참석했다. 이들은 명예의 전당 저지와 모자를 나란히 착용하며 기자회견석에 앉았다.

이치로는 특히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기자를 향해서도 한마디했다.

그는 "많은 기자들로부터 표를 받았는데, 그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그러나 기자 한 분은 나에게 투표하지 않았다. 그를 우리 집으로 초대해 함께 술 한잔 하고 싶다. 좋은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아쉽다는 심정을 유쾌한 표현으로 드러냈다.


"나 빼먹은 기자분, 우리 집에서 술 한잔 합시다" 이치로의 유쾌한 항의…
이치로가 명예의 전당 위원회 의장인 제인 포브스 클락의 안내를 받으며 자신의 명판이 걸릴 벽을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BBWAA(전미야구기자협회)가 전날 발표한 HOF 투표 결과, 이치로는 394명의 기자들 중 단 1명으로부터 지지 의견을 받지 못했다. 득표율 99.746%는 마리아노 리베라(100%), 데릭 지터(99.748%)에 이어 역대 3위의 기록.

이를 놓고 미국과 일본에서는 해당 기자를 향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베테랑 기자인 존 헤이먼은 자신의 SNS에 '이치로가 단 한 표 차이로 만장일치를 놓쳤다. 앞으로 나와주길 바란다, 이 멍청아(you numbskull)'라고 써 그 기자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치로를 지지하지 않은 해당 기자는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2020년 HOF 투표에서 397명 가운데 지터에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기자가 누구인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치로는 오는 7월 28일 열리는 HOF 헌액 행사에 시애틀 매리너스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할 예정이다. 사바시아는 뉴욕 양키스, 와그너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유니폼을 각각 입고 HOF 헌액식에 참석한다는 계획이다.

사바시아는 "(2009년)양키스와 계약한 뒤 스프링트레이닝서 난 앤디 페팃과 함께 외야를 뛰고 있었는데, 그때 지터를 마주하게 됐다.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투수진과 함께 저녁을 먹고 농구 게임을 즐겼는데, 내가 양키스를 선택한 결정이 옳았다고 느끼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고 했다.


"나 빼먹은 기자분, 우리 집에서 술 한잔 합시다" 이치로의 유쾌한 항의…
사바시아가 인터뷰 도중 오른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나 빼먹은 기자분, 우리 집에서 술 한잔 합시다" 이치로의 유쾌한 항의…
빌리 와그너가 인터뷰 도중 감정이 북받치자 눈물을 닦아내고 있다. AP연합뉴스
사바시아는 2001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2009년 양키스로 이적해 2019년 은퇴할 때까지 11년을 그곳에서 뛰었다. 특히 2009년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으로 활약해 뉴욕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사바시아는 이치로가 2012년 여름 양키스로 이적하면서 2014년까지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사바시아는 "시애틀에 가서 이치로와 상대할 때 투스트라이크에서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안타로 만들어내더라. 그 다음 타석에서도 슬라이더로 승부했지만 초구에 안타를 맞았다"고 기억을 떠올리며 활짝 웃었다.

자격 마지막 10년째 극적으로 HOF 입성에 성공한 와그너는 "훌륭한 분들과 함께 이곳에 와 정말 특별하고 기쁘다. 경외심마저 든다. 내가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10년 동안 기다리면서 커리어를 면밀히 보기도 했는데 힘들었다. 특히 올해가 가장 힘들었다. 결국 여기 앉아 있다니 보람을 느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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