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끝나는 박정태 선임 논란' 결정은 누가? 왜 눈치 싸움만 하나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5-01-24 00:08 | 최종수정 2025-01-24 08:00


'안끝나는 박정태 선임 논란' 결정은 누가? 왜 눈치 싸움만 하나
롯데 코치 시절 박정태 감독의 모습.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SSG 랜더스가 박정태 2군 감독을 선임한지 약 3주 남짓. 하지만 아직 논란은 끝나지 않았고, 결론도 나지 않았다. 눈치 싸움만 계속 된다.

SSG 구단은 지난 12월 31일 박정태 퓨처스(2군) 감독 선임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SSG는 선임 발표 당시 "육성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적 역량을 최우선 선임기준으로 세웠으며, 경력 검토 및 평판 체크 후 심층 면접 등의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약 12년의 경력 단절에도 "유소년 양성과 지도에 대한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왔으며, 아마추어 야구 저변확대에 힘써왔다"고 적극적으로 부연 설명을 이어갔다.

추신수 구단주 보좌역의 외삼촌이라는 혈연 관계에 대해서는 "추 보좌는 이번 선임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으며 예전에도 몇차례 후보군에 올라 검토됐었으며, 이번 선임 역시 그 전에 결정됐던 부분"이라는 번외 설명이 추가됐다.

하지만 박정태 2군 감독이 가장 결정적으로 발목 잡힌 과거는 세번의 음주 운전 적발이다.

그는 2019년 1월 음주 상태로 시내버스 기사의 운전을 방해하고, 폭행한 사건을 일으켜 물의를 빚었다. 법원은 그해 5월 박정태 퓨처스 감독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당시 판시를 통해 박 감독이 총 3차례나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다만, 2019년 1월 당시 박 감독은 KBO리그 소속 신분이 아닌 야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리그 징계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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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DB
야인 시절에 저지른 잘못이라 KBO리그의 음주 운전 삼진 아웃 제도가 적용되느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KBO는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음주 사고를 낸 이후 1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이후 강정호가 친정팀 히어로즈 복귀를 추진했을때는 임의해지 복귀 신청은 허가하면서도, 총재 직권으로 선수 계약을 승인하지 않으면서 복귀가 무산된 바 있다. 강정호는 이후 사실상 현역 은퇴를 하게 됐다.

KBO리그 야구 '제152조의 2 [등록 제한]'에 "총재는 리그 관계자가 아닌 신분으로 유해 행위에 연루되거나 야구와 관련한 중대한 범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에 대하여 상벌위원회 심의를 거쳐 리그 관계자로의 등록·활동을 거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야인이었고, 선수가 아닌 지도자 신분인 박정태 감독이 동일선상의 제약을 받을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려웠다. 법리상으로는 제재의 근거가 약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문제는 여론이다. 최근 비시즌마다 반복되고 있는 시끄러운 구단 내부 사정과 여러 면에서 불만이 쌓인 팬들의 성토, 언론의 부정적 의견들이 이어지면서 구단도 다시 검토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선임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으면서 SSG 구단의 고민도 깊어졌다. KBO의 올 시즌 등록은 오는 31일이 마감시한이다. 아직 박정태 감독에 대한 등록 신청은 하지 않은 상태다.


'안끝나는 박정태 선임 논란' 결정은 누가? 왜 눈치 싸움만 하나
인천 SSG랜더스필드 전경. 스포츠조선DB
SSG 구단 관계자는 23일 "지금 이와 관련해서는 어떤 말씀도 드리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을 아꼈다. 다른 내부 관계자들도 박 감독의 거취와 관련해 어떤 확답도 하지 못하며 보안을 단속했다.

같은날 KBO 관계자는 "아직 등록 신청이 들어오지 않았고, 신청이 들어오게 되면 그 이후 KBO의 입장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SSG는 기존에 내린 선임 결정과 부정적인 여론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만약 선임 당시 주장대로 박정태 감독의 지도자로서의 좋은 모습을 높게 평가했다면 여론과 상관 없이 밀고 나가면 된다. 그러나 다음달 10일 시작하는 일본 가고시마 스프링캠프를 준비하는 2군 선수단에서 박 감독은 주도적으로 캠프 훈련 계획을 리드하지 못하고, 중간에 붕 뜬 상태로 알려져있다.

그렇다고 구단이 선임을 철회하거나, 박정태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상황도 아직 일어나지 않고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이미 한차례 정면 돌파를 택해 공식 발표까지 한 선임을 번복할 경우, 내부 인사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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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허구연 총재. 스포츠조선DB
이대로 시간이 흘러 결국 정식 등록을 신청하게 되면, 이제 결정권은 KBO로 향한다. KBO가 과거 음주 이력을 들어 이번에도 저번처럼 총재 직권 등의 형태로 박정태 감독의 등록을 불허한다면, SSG의 선임은 물거품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의를 신청하거나 법리 다툼이 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될 경우 설령 이기더라도 구단이 되려 손해가 될 가능성도 있다. 여러모로 난처한 상황이다.

반대로 불허할 근거가 부족해 승인을 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다만 음주운전을 한 시점에 등록 코치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과거 3번이나 같은 실수를 저지른 지도자를 KBO가 승인할 경우 잣대의 기준에 대한 다음 화살이 KBO를 향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KBO는 등록 신청을 하기 전에 구단이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리기를 바랄 상황이고, 반대로 구단은 KBO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맡기를 바랄 수도 있다.

박정태 감독은 자신의 과거로 인해 구단이 난감한 상황에 놓인 것에 대해 미안해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는 어디든 결단을 내려야 한다. 박정태 2군 감독 체제를 밀고나갈지, 아니면 번복할지. 우왕좌왕 하는 사이 구성원들의 혼돈만 계속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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