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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난 백지수표라고 했어요."
박찬호는 처음부터 구단과 협상 테이블을 차릴 생각이 없었다. 지난 시즌 134경기에서 타율 0.307(515타수 158안타), 20도루, 61타점, 86득점, OPS 0.749를 기록했다. 공수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기에 구단이 알아서 잘 대우해 줄 것이란 생각이었다.
박찬호는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1차 스프링캠프 훈련지인 미국 어바인으로 출국하기 전에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백지수표를 냈다. 단장님께 '단장님 올해 그냥 백지수표 내겠습니다'라고 했다. 뭐 협상할 것도 없었고, 주는 대로 받겠다고 했다. 사실 올해 연봉이 일단 삭감 요인은 없었으니까. 협상하는 게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았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박찬호는 "단장님이 '싫어, 누가 책임지라고. 왜 나한테 부담을 넘겨'라고 하시더라"고 뒷이야기를 들려주며 웃었다.
KIA 구단은 골든글러브 유격수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줬다. 박찬호는 지난 시즌보다 1억5000만원이 오른 4억5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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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는 "주는 대로 받겠다고 했는데, 생갭다 너무 많이 주셨다"며 구단에 감사를 표했다.
올해 박찬호는 다시 한번 리그 최고의 유격수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 SSG 랜더스 유격수 박성한(27), LG 트윈스 유격수 오지환(35)과 선의의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박성한은 올해는 박찬호를 압도적으로 뛰어넘고 꼭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타겠다고 다짐한 뒤 이날 스프링캠프 훈련지인 미국 플로리다로 떠났다.
박찬호는 "압도하겠다는 워딩이 뭔가 조금 꼬여 있는 것 같긴 하다"고 답하며 웃은 뒤 "나는 뒷말이 나오지 않게 잘해서 받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예비 FA 시즌이 아직 실감 나진 않지만, 지금의 자리까지 오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박찬호는 "아무래도 이제 야구를 하면서 늘 꿈꿔오던 순간이고, 그 순간을 위해서 어떻게 보면 정말 내 자신을 갈아가면서 이 자리까지 버텼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꼭 정말 좋은 계약을 따내고 싶긴 하지만, 그래도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KIA 선수단은 지난해 통합 우승을 달성한 보상을 톡톡히 받았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차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는 선수단 60명 전원의 미국 왕복 비즈니스 탑승권을 지원했다.
박찬호는 "나는 원래 비즈니스석을 탔다. 지원 덕분에 올해는 비용을 아꼈다. 아낀 돈으로 후배들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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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