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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일본 프로야구(NPB)의 레전드이자 메이저리그 최고의 리드오프로 큰 족적을 남긴 스즈키 이치로가 만장일치 의견으로 명예의 전당(HOF)에 입성하는데 실패했다.
사실 이치로의 만장일치 가능성이 대단히 컸던 것은 아니다. MLB.com이 지난달 23일 매체 소속 기자와 해설위원 등 55명을 대상으로 '이치로가 만장일치로 HOF에 헌액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결과 25명이 그렇다고 했고, 30명은 부정적이었다. 즉 만장일치에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한 응답이 더 많았다.
그렇지만 단 1명의 반대로 만장일치가 무산되자 미국과 일본에서는 해당 기자를 향해 비난이 쏟아지는 분위기다. 베테랑 저명기자 존 헤이먼은 자신의 SNS에 '이치로가 단 한 표 차이로 만장일치를 놓쳤다. 앞으로 나와주길 바란다, 이 멍청아(you numbskull)'라고 써 해당 기자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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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미국 유력 매체가 나름 의미있는 추론을 해 관심을 끈다.
CBS스포츠는 '이치로를 선택하지 않은 투표권자는 자신의 결정을 설명할 수 있겠으나, 그런 일은 일어날 것 같지 않다. 최근 데릭 지터가 1명이 반대해 만장일치 입성에 실패했는데 이후 5년이 지났지만, 누가 투표에서 그를 제외했는지 우리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며 '아마도 해당 기자는 게으른 길을 택하고 이치로의 위대하지만 내심 그렇지 않은 WAR을 집중적으로 보면서 그의 다른 모든 성적들을 무시한 것 같다. 그리고 이치로가 최소한 입후보 첫 해에는 표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을 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리그를 함께 뛰는 선수들의 평균과 비교해 팀에 몇 승을 더 공헌했느냐를 계량화한 WAR(Wins Above Replacement)은 최근 선수의 가치를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베이스볼 레퍼런스 WAR(bWAR) 부문서 이치로는 통산 60.0으로 역대 타자들 중 127위에 올라 있다. 현역 타자 중 이치로보다 bWAR이 높은 선수는 프레디 프리먼(60.7), 폴 골드슈미트(62,8), 무키 베츠(69.6), 마이크 트라웃(86.2) 등 4명이나 된다.
최근 은퇴한 앨버트 푸홀스와 미구엘 카브레라는 각각 101.5(20위), 67.1(89위)로 이치로가 비할 바가 못된다. 이날 HOF 투표에서 70.3%의 득표율로 탈락한 카를로스 벨트란조차 통산 bWAR이 70.1(69위)로 이치로보다 훨씬 높다. 즉 WAR 측면에서 보면 이치로의 가치는 과대포장됐다고 할 여지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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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완벽한 선수는 사실 없다. 리베라와 지터, 이치로를 비교해 순위를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역사상 손꼽히는 레전드들 조차 만장일치에 실패했다.
2016년 켄 그리피 주니어는 440명 중 3명이 찬성하지 않아 99.3%에 그쳤고, 통산 311승-3640탈삼진, 3차례 사이영상에 빛나는 톰 시버(1992년 98.8%), 통산 5714탈삼진을 찍은 20세기 올타임(All-time) 투수 1위 놀란 라이언(1999년 98.8%), 2632경기 연속 출전의 칼 립켄 주니어(2007년 98.5%), 원조 안타왕 타이 콥(1936년 98.2%) 등도 만장일치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치로에게 득표율은 중요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는 투표 결과를 통보받고는 "한 표가 부족해 오히려 다행이다. 불완전하니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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