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럼 태우던 절친 등장에 이치로 "정말 고마워, 조지", 조지가 도대체 누구야?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5-01-22 14:29


간지럼 태우던 절친 등장에 이치로 "정말 고마워, 조지", 조지가 도대체…
켄 그리피 주니어가 MLB 네트워크 인터뷰에서 이치로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MLB네트워크 캡처

간지럼 태우던 절친 등장에 이치로 "정말 고마워, 조지", 조지가 도대체…
이치로가 자신의 배번 51이 적힌 저지가 걸린 프레스룸에서 명예의 전당 헌액 인터뷰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스즈키 이치로가 명예의 전당 기자단 투표에서 99.7%의 득표율로 입성이 확정된 직후 가진 MLB 네트워크와의 화상 인터뷰에 느닷없이 낯익은 얼굴이 등장했다.

바로 켄 그리피 주니어다. 그리피는 "이치로, 정말 축하해. 자격이 충분했어. 아내랑 같이 결과를 기다렸는데, 됐다는 소식이 나오자 와이프가 펄쩍펄쩍 뛰면서 기뻐하더라.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지. 곧 봤으면 좋겠다"고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그리피는 "네가 사케를 가져와야 하는 이유는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야. 당신은 이제 25년 만에 처음으로 다시 신인이 되었으니, 우리 둘 모두를 위한 멋진 술 한잔을 기대한다"며 활짝 웃었다. 명예의 전당 '선배'로서 이제 막 회원이 된 '후배'와의 친밀함을 과시한 것이다.

그러자 일본어로 인터뷰를 하던 이치로는 영어로 "조지! 정말 고마워(George! Thank you very much)"라고 화답했다.

왜 그리프에게 "조지"라고 했을까. 그리피의 풀네임이 조지 케네스(George Kenneth) 그리피 주니어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그리피의 풀네임이 익숙치 않기에 이치로가 그를 '조지'로 부른 것은 둘 사이의 친분을 암시한다. 특히 이치로가 NPB에서 뛸 때 그리피를 우상으로 여기며 메이저리그를 꿈꿨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간지럼 태우던 절친 등장에 이치로 "정말 고마워, 조지", 조지가 도대체…
스즈키 이치로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뒤 시애틀 T모바일 파크에서 영상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치로와 그리피가 한솥밥을 먹은 것은 그리피가 은퇴하기 직전인 2009~2010년 두 시즌이다. 그리피는 1989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1999년까지 뛴 뒤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됐다. 이어 그는 2008년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잠시 옮겼다가 그해 겨울 FA 계약을 맺고 친정 시애틀로 돌아왔다. 이치로는 2001년 데뷔해 2012년까지 시애틀에 몸담았다.

그리피는 2009년 주로 지명타자로 뛰면서 117경기에 출전, 타율 0.214, 19홈런, 57타점을 기록했고, 2010년 5월까지 33경기를 출전한 뒤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둘이 얼마나 친했으면 그리피는 함께 뛸 때 경기 전 이치로를 간지럽히는 장난을 치기도 했다. 그는 "이치로가 수건을 깔고 스트레칭을 할 때면 내가 가서 간지러움을 태우곤 했다. 이치로는 무척 간지러워했고, 금세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며 "어느 날인가 3안타를 쳤는데, 통역이 전하길 또 간지럼을 태워달라고 했다더라"고 떠올렸다.


그리피는 통산 630홈런을 때려 이 부문 역대 7위에 올라 있다. 그의 홈런 기록이 위대한 것은 스테로이드 시대에 한 번도 구설수에 오르지 않고 순수한 자신의 힘으로 4번의 홈런왕과 1번의 MVP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리피는 시애틀 시절인 1990년부터 1999년까지 11년 연속 올스타에 골드글러브를 차지하며 당대 최고의 슈퍼스타로 군림했다.

시애틀은 1990년대 그리피 주니어 시대를 거쳐 2000년대 이치로 시대를 한껏 누렸다.

그리피는 2016년 입후보 첫 해에 득표율 99.3%의 득표율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그 역시 440명 중 단 3명만이 반대해 만장일치는 받지 못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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