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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원조' 100마일 강속구 클로저 중 한 명인 빌리 와그너가 드디어 명예의 전당(HOF) 입성에 성공했다.
그는 1995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필라델피아 필리스, 뉴욕 메츠, 보스턴 레드삭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거치며 16년 통산 422세이브, 평균자책점 2.31, 903이닝 동안 1196탈삼진을 기록했다.
1993년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휴스턴의 지명을 받고 입단한 와그너는 마이너리그에서 선발투수로 던지다 메이저리그 콜업과 함께 구원투수로 변신했다. 그는 마지막 시즌인 2010년 애틀랜타에서 37세이브, 평균자책점 1.43의 특급 성적을 올렸지만, 그해 초 은퇴를 미리 선언한 약속을 지키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은퇴 이유는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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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리베라, 트레버와 동시대에 뛰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리베라가 2019년 역사상 유일한 만장일치 의견으로 HOF에 들어가고 호프만도 자격 3년째인 2018년 입성에 성공한 반면 와그너는 무려 10년을 기다려야 했다.
첫 해인 2016년 10.5%로 시작한 와그너의 득표율은 2019년까지 10%대를 넘지 못하다 2020년 31.7%로 상승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2021년 46.4%에 이어 2022년 51.0%로 절반의 지지를 넘어섰고, 2023년 68.1%로 헌액 가능성을 높이더니 9년째인 지난해 73.8%의 득표율로 아쉽게 탈락한 뒤 이번에 영광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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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com은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았던 와그너는 100마일이 넘는 강속구와 하드 슬라이더를 앞세워 타자들을 바보로 만들었다. 그는 리베라, 호프만과 비교해 장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쿠퍼스타운을 향한 행보가 고달팠다'고 평가했다.
실제 와그너의 통산 투구이닝은 HOF에 들어간 구원투수들 가운데 가장 적은 수치다. 하지만 그는 역대 좌완 구원투수들 중 가장 압도적인 구위로 시대를 풍미했다.
와그너는 통산 90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들 가운데 삼진율(33.2%) 1위를 자랑한다. 또한 같은 기준으로 현대 야구가 시작된 1900년 이후 피안타율 1위(0.186)에 1920년 라이브볼 시대 개막 이후에는 좌완으로는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2.31), WHIP(0.998)를 마크했다.
한편, 와그너와 함께 스즈키 이치로와 CC 사비시아도 HOF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이치로는 딱 1명이 반대해 만장일치 득표에 실패했지만, 역대 3위인 99.7%의 득표율로 HOF 자격 첫 해에 입성에 성공했다. 역시 자격 첫 해인 사바시아도 86.8%의 여유있는 득표율로 쿠퍼스타운을 향하게 됐다.
올해 HOF 헌액식은 7월 28일 뉴욕주 쿠퍼스타운 클락스포츠센터에서 진행된다. 클래식야구시대위원회(Classic Baseball Era Committee)가 선정한 데이브 파크와 고(故) 딕 앨런도 이날 헌액식의 주인공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