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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감독은 왜 '17승 투수'를 선발 후보에서 제외했나

한동훈 기자

기사입력 2025-01-21 12:28


이승엽 감독은 왜 '17승 투수'를 선발 후보에서 제외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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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감독은 왜 '17승 투수'를 선발 후보에서 제외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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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이영하가 빠지면 이영하를 대신할 선수가 없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2025시즌 마운드를 구상하며 이영하를 선발이 아닌 구원으로 분류했다. 이영하는 2019년 17승을 거둔 에이스 출신이지만 최근에는 불펜에서 활약 중이다. 이승엽 감독은 "이영하 선수의 능력이 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선발과 중간이 다 되기 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했다.

투수는 대부분 선발투수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등판 일정이 뚜렷하고 정해진 스케쥴에 맞춰 준비 가능하다. 구원투수는 언제 나갈지 몰라 항상 대기해야 한다. 몸도 빨리 풀어야 한다. 경기 상황에 따라서는 실컷 불펜에서 어깨를 예열해놓고 등판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이영하는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10승을 달성한 검증된 선발 자원이다. 이후 슬럼프에 빠져 구원으로 보직 변경했다. 지난 시즌 59경기 65⅓이닝을 투구하며 5승 4패 5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3.99를 기록, 부활을 알렸다. 선발 복귀를 충분히 꿈꿀 만하다.

다만 팀 사정도 생각해야 한다. 두산은 당장 선발진이 급하지 않다. 콜 어빈과 잭 로그 외국인 원투펀치에 국내 1선발 곽빈까지 탄탄하다. 4선발은 최승용으로 낙점했다. 5선발 후보는 최원준 최준호 김유성 등이다. 이승엽 감독은 "이영하 선수가 선발로 가지 않는 이유는 반대로 그렇게 된다면 그 자리를 메꿀 선수가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 정철원 김강률 선수가 빠졌기 때문에 저희한테는 이영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감독은 이영하를 중간에서 활용했을 때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봤다. 두산은 필승조 출신 정철원을 롯데로 트레이드했다. FA가 된 김강률은 LG로 이적했다. 필승조의 한 축인 최지강은 지난해 어깨 통증을 느낀 뒤 무리하지 않고 재활 중이다. 상황에 따라 2이닝 이상 길게 던질 수 있는 이영하가 현재로서는 불펜에 꼭 필요하다.

이승엽 감독은 "올 시즌은 팀 전체가 승부다. 중요한 해다. 이영하가 조금 희생을 해줬으면 한다. 이영하가 지난해 너무나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올해도 그 자리를 지키줬으면 좋겠다. 갑자기 1년 만에 보직에 변화를 주기보다는 지난해 맡았던 임무를 더 탄탄하게 만들어서 조금 더 견고하게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승엽 감독은 왜 '17승 투수'를 선발 후보에서 제외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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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올 시즌은 롱릴리프 보다는 필승조 역할에 무게를 둘 계획이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 시즌은 선발투수들이 빨리 무너지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이영하가 5회 이전에도 나가고 그랬다. 올해에는 그런 경우는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한다. 롱릴리프 능력도 충분히 되지만 7회 8회를 막아주는 역할을 해줘야 되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이영하도 선발투수에 대한 욕심은 내려놓았다.

이영하는 "여기저기 필요할 때 애매하다 싶으면 항상 나부터 찾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아무 때나 나가서 계속 잘 던지는 투수가 되겠다. 개인적인 목표도 우승이다. 우승이 무조건 첫 번째다. 우승하는 데 많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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