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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아직 3년 20억원의 추가 계약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의례적인 연차, 액수 부풀리기의 일환 같았던 '+' 계약이 대박으로 이어졌다.
선수 본인과 에이전트의 생각은 달랐다. 허경민은 지난 시즌 중에만 해도 거듭된 물음에 "두산에 남는다. 어딜 가겠나"라며 거듭 잔류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뒤 4년 총액 40억원에 KT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선수로서 행사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다. 허경민의 계약은 팀, 혹은 선수 옵션이 아니라 엄연히 '상호 동의시 계약연장' 옵션이었다. 4년 계약이 끝난 뒤 자신의 가치를 재측정해 FA를 선언하고 잔류하거나 타 팀으로 이적할 수 있다. 반대로 4+3년이란 옵션은 구단에게도 활용할 여지가 없지 않았다. 만약 허경민이 큰 부상을 당하거나 급격하게 기량 곡선이 내리막을 그릴 경우, 7년보다는 4+3년 계약일 때 구단의 행보에도 유동성이 생기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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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 '조건부 FA 계약'이 도입된지는 불과 5년밖에 되지 않았다. 첫 주인공은 2020년 1월, 롯데로 이적한 안치홍이다. 이예랑 리코스포츠에이전시 대표와 성민규 전 롯데 단장이 합의한 메이저리그식 계약이다. 이예랑 대표는 이번 허경민의 대리인이기도 했다.
안치홍의 첫 FA 계약 내용은 2+2년에 최대 56억원. 2년 뒤 상호 동의시 계약 연장 옵션이 포함된 독특한 계약이었다. 계약 후 양측 모두 만족감을 표했다. 안치홍 측은 2년 후 FA를 바라볼 수 있었고, 롯데 측은 계약 첫해 서른이었던 안치홍의 기량이 감퇴하는 모습이 있을시 2년 뒤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고 했다. 2년 뒤 양측은 계약 연장을 선택, 안치홍은 총 4년간 롯데에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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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홍의 FA 계약은 프로야구 역사의 이정표로 남았다. KBO 규정은 여전히 FA 계약이 끝나도 전체 4년이 지나야 FA가 될 수 있다. 다만 빈틈을 파고든 +연차 계약을 통해 구단과 선수의 합의라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조건부 FA 계약, 그리고 비FA 연장계약으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이후 조건부 계약이 늘어났다. 안치홍의 두번째 FA 역시 조건부 계약이었다. 한화와 4+2년 총액 72억원이란 조건에 도장을 찍었다. +계약을 통해 섭섭잖은 총액까지 맞춰준 한화의 조건이 워낙 좋았고, 샐러리 부담에 시달리던 롯데는 프랜차이즈스타 전준우(4년 47억원) 잔류에 전념했다.
조건부 계약에 따라 2025시즌이 끝난 뒤 FA를 선언할 수 있는 선수들이 있다. LG 김현수와 KIA 최형우, 롯데 한현희가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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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액 대비 아쉬운 성적이라곤 하지만, 꾸준히 3할 근방의 타율과 OPS(출루율+장타율) 0.8 안팎을 기록한 만큼 필요로 하는 팀이 있을 수 있다. 'LG란 팀을 바꿔놓았다'는 호평을 듣는 '전 선수협회장' 김현수의 리더십도 고려 대상이다.
최형우 역시 3번째 FA를 노크할수 있다. 최형우는 2024시즌 후 3번째 FA 예정이었지만, 이를 앞두고 구단과 1+1 연장게약을 맺은 만큼 역시 올시즌이 끝나면 FA가 된다. 지난해 타율 2할8푼 22홈런 109타점 OPS 0.860을 기록했고, 한국시리즈에도 홈런 포함 5안타 4타점을 몰아치며 건재를 과시한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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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희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한현희는 롯데 이적 당시 3+1년 총액 40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한현희는 단순한 상호 동의 옵션이 아니라 부문별 성적 등 따라붙은 조건들이 있었다. 올시즌 한현희의 활약상을 지켜봐야겠지만, 지난 2년간을 돌아보면 한현희가 3년만에 FA로 풀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