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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20억→4년 40억' 뻥튀기 성공한 허경민의 결단…'2026 FA 가능' 3인방의 선택은 [SC포커스]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5-01-17 14:05 | 최종수정 2025-01-17 14:31


'3년 20억→4년 40억' 뻥튀기 성공한 허경민의 결단…'2026 FA…
2024 KBO 시상식이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렸다. 3루수 수비상을 수상한 KT 허경민이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11.26/

'3년 20억→4년 40억' 뻥튀기 성공한 허경민의 결단…'2026 FA…
LG 김현수. 스포츠조선DB

'3년 20억→4년 40억' 뻥튀기 성공한 허경민의 결단…'2026 FA…
28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KIA의 한국시리즈 5차전. 5회말 무사 최형우가 솔로포를 친 후 환호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10.28/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아직 3년 20억원의 추가 계약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의례적인 연차, 액수 부풀리기의 일환 같았던 '+' 계약이 대박으로 이어졌다.

2026 FA에도 허경민 같은 성공작이 나올까. 허경민은 2020년 첫 FA 당시 두산과 4+3년 85억원에 도장을 찍고 사실상 '종신두산'을 선언했었다. 하지만 지난 겨울, 4년 계약을 마친 허경민은 남은 3년 계약 대신 KT의 새로운 제의를 택했다.

첫 계약 당시만 해도 이대호 최정 나성범 등 총액 100억원이 넘는 메가톤급 FA들처럼 기간을 늘려 안정성을 더하고, 프랜차이즈스타에 걸맞는 총액을 맞춰 것으로 평가됐다. 3루수지만 거포가 아닌 허경민의 지난 공헌도를 후하게 평가하고, 차후 원클럽맨으로의 존재감을 더해준다는 명목이었다.

선수 본인과 에이전트의 생각은 달랐다. 허경민은 지난 시즌 중에만 해도 거듭된 물음에 "두산에 남는다. 어딜 가겠나"라며 거듭 잔류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뒤 4년 총액 40억원에 KT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선수로서 행사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다. 허경민의 계약은 팀, 혹은 선수 옵션이 아니라 엄연히 '상호 동의시 계약연장' 옵션이었다. 4년 계약이 끝난 뒤 자신의 가치를 재측정해 FA를 선언하고 잔류하거나 타 팀으로 이적할 수 있다. 반대로 4+3년이란 옵션은 구단에게도 활용할 여지가 없지 않았다. 만약 허경민이 큰 부상을 당하거나 급격하게 기량 곡선이 내리막을 그릴 경우, 7년보다는 4+3년 계약일 때 구단의 행보에도 유동성이 생기기 때문.


'3년 20억→4년 40억' 뻥튀기 성공한 허경민의 결단…'2026 FA…
두산 시절 허경민. 스포츠조선DB
다만 잔류를 거듭 약속했던 허경민의 행보 때문에 팬심의 불만이 컸을 뿐이다. 이로써 허경민은 프로야구에 이른바 '조건부 FA' 계약이 도입된 이래 계약 해지 후 FA를 택한 첫번째 선수가 됐다.

프로야구에 '조건부 FA 계약'이 도입된지는 불과 5년밖에 되지 않았다. 첫 주인공은 2020년 1월, 롯데로 이적한 안치홍이다. 이예랑 리코스포츠에이전시 대표와 성민규 전 롯데 단장이 합의한 메이저리그식 계약이다. 이예랑 대표는 이번 허경민의 대리인이기도 했다.

안치홍의 첫 FA 계약 내용은 2+2년에 최대 56억원. 2년 뒤 상호 동의시 계약 연장 옵션이 포함된 독특한 계약이었다. 계약 후 양측 모두 만족감을 표했다. 안치홍 측은 2년 후 FA를 바라볼 수 있었고, 롯데 측은 계약 첫해 서른이었던 안치홍의 기량이 감퇴하는 모습이 있을시 2년 뒤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고 했다. 2년 뒤 양측은 계약 연장을 선택, 안치홍은 총 4년간 롯데에서 뛰었다.


'3년 20억→4년 40억' 뻥튀기 성공한 허경민의 결단…'2026 FA…
롯데 시절 안치홍. 스포츠조선DB

안치홍의 FA 계약은 프로야구 역사의 이정표로 남았다. KBO 규정은 여전히 FA 계약이 끝나도 전체 4년이 지나야 FA가 될 수 있다. 다만 빈틈을 파고든 +연차 계약을 통해 구단과 선수의 합의라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조건부 FA 계약, 그리고 비FA 연장계약으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이후 조건부 계약이 늘어났다. 안치홍의 두번째 FA 역시 조건부 계약이었다. 한화와 4+2년 총액 72억원이란 조건에 도장을 찍었다. +계약을 통해 섭섭잖은 총액까지 맞춰준 한화의 조건이 워낙 좋았고, 샐러리 부담에 시달리던 롯데는 프랜차이즈스타 전준우(4년 47억원) 잔류에 전념했다.

조건부 계약에 따라 2025시즌이 끝난 뒤 FA를 선언할 수 있는 선수들이 있다. LG 김현수와 KIA 최형우, 롯데 한현희가 그들이다.


'3년 20억→4년 40억' 뻥튀기 성공한 허경민의 결단…'2026 FA…
2024 리얼글러브 어워드가 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렸다. 전임 회장 김현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12.01/
김현수는 2021년 12월, 4+2년 최대 115억원에 LG와 계약한 바 있다. KBO 기준 김현수의 2번째 FA 계약이었다. 올시즌이 끝나면 김현수는 3번째 FA를 선언할 권리가 있다.

금액 대비 아쉬운 성적이라곤 하지만, 꾸준히 3할 근방의 타율과 OPS(출루율+장타율) 0.8 안팎을 기록한 만큼 필요로 하는 팀이 있을 수 있다. 'LG란 팀을 바꿔놓았다'는 호평을 듣는 '전 선수협회장' 김현수의 리더십도 고려 대상이다.

최형우 역시 3번째 FA를 노크할수 있다. 최형우는 2024시즌 후 3번째 FA 예정이었지만, 이를 앞두고 구단과 1+1 연장게약을 맺은 만큼 역시 올시즌이 끝나면 FA가 된다. 지난해 타율 2할8푼 22홈런 109타점 OPS 0.860을 기록했고, 한국시리즈에도 홈런 포함 5안타 4타점을 몰아치며 건재를 과시한 그다.


'3년 20억→4년 40억' 뻥튀기 성공한 허경민의 결단…'2026 FA…
롯데 한현희. 스포츠조선DB
올시즌 후 김현수는 36세, 최형우는 41세가 된다. 두 선수 모두 앞선 계약 당시 소속팀 은퇴를 가정하고 도장을 찍었을 것이다. 하지만 FA는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두 선수 모두 3번째 FA라 C등급인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한현희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한현희는 롯데 이적 당시 3+1년 총액 40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한현희는 단순한 상호 동의 옵션이 아니라 부문별 성적 등 따라붙은 조건들이 있었다. 올시즌 한현희의 활약상을 지켜봐야겠지만, 지난 2년간을 돌아보면 한현희가 3년만에 FA로 풀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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