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53km 던지고 45홈런 때리고, 일본야구 건너 뛰고 미국으로, 투수-유격수 이도류 고교생 150만달러 계약[민창기의 일본야구]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25-01-16 10:30


시속 153km 던지고 45홈런 때리고, 일본야구 건너 뛰고 미국으로, …
14일 오클랜드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모리이. 고교시절 투수와 유격수로 뛰었다. 오클랜드는 그를 투수 겸 타자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출처=오클랜드 애슬레틱스 SNS

고교, 대학을 졸업하고 NPB(일본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상위권 지명을 받는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성장해 소속팀과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된다. 한 팀에서 7년 이상 뛰며 팀에 공헌하고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더 큰 무대를 찾아간다. 소속팀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해외 진출을 인정하지 않으면 FA(자유계약선수)가 자격을 따내 떠난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일본인 선수들은 찍어낸 듯 비슷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유망주로 입단해 프로에서 경험을 쌓아 경쟁력을 키웠다.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와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는 오릭스 버팔로즈에서 7년,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니혼햄에서 7년, 이마나가 쇼타(시카고 컵스)는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에서 8시즌을 활약한 뒤 메이저리그로 갔다. 마에다 겐타(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는 히로시마 카프, 기쿠치 유세이(LA 에인절스)는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8시즌을 뛰었다. 마쓰이 유키(샌디에이고)는 라쿠텐 이글스에서 10시즌, 센가 고다이(뉴욕 메츠)는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12년을 보냈다.

두 선수가 눈에 띈다. 먼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니혼햄에서 5년을 보내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고교를 졸업하고 니혼햄에 입단할 때 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이도류와 5년 뒤 미국행을 약속받았다. 이번 겨울 사사키 로키가 비슷한 길을 간다. 지바 롯데 마린즈에서 5년을 보내고 도전에 나섰다. 두 번째 센가. 신인 드래프트 정식 지명이 아닌 육성 선수 출신이다. 육성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선수가 됐다.

스가노 도모유키는 2013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1순위 지명으로 입단해 12년을 던지고 꿈을 이뤘다. 지난해 말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1년-1300만달러에 계약했다. 포스팅 시스템이 아닌 FA로 이적했다. 우완 아오야기 고요는 한신 타이거즈에서 9년을 보내고 메이저리그 팀을 찾고 있다.


시속 153km 던지고 45홈런 때리고, 일본야구 건너 뛰고 미국으로, …
오타니는 니혼햄에서 5년을 뛰고 메이저리그로 건너갔다. 당초 고교 졸업 후 메이저리그직행을 계획했으나 니혼햄의 설득으로 일본에서 경험을 쌓았다. LA 에인절스 시절 오타니. AP연합뉴스
14일 눈에 띄는 뉴스가 미국에서 날아왔다. 고교 졸업을 앞둔 내야수 겸 투수 모리이 쇼타로(19)가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금 151만500달러(약 22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1m83-89kg, 우투좌타. 최고 시속 153km 빠른공을 던진다. 고교 시절에 통산 45홈런을 때렸다. 자연스럽게 오타니를 떠올리게 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9개 구단이 그를 눈여겨보고 영입 경쟁을 했다.

고교시절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기 어려웠다. 모리이가 다닌 도쿄 도호고는 고시엔대회 출전 이력이 없다. 야구부 팀원이 32명이다. 팀원이 100명 가까이 되는 야구 명문고와 거리가 있다. 공립학교인 도호고는 야구보다 도쿄대 등 명문대 진학으로 이름난 학교라고 한다. 모리이는 성적이 중간 정도라고 한다.


도쿄도 출신인 모리이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세이부 라이온스 주니어 팀에서 뛰었다. 고교시절에 투수, 3루수, 유격수로 활약했다. 그는 엘리 데 라 크루즈(신시내티 레즈)가 롤모델이라고 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도루왕에 오른 유격수다. 투수로는 제이크 디그롬(텍사스 레인저스) 을 꼽았다.


시속 153km 던지고 45홈런 때리고, 일본야구 건너 뛰고 미국으로, …
오릭스에서 7년을 뛰고 LA 다저스로 이적한 야마모토. 오릭스에 신인 드래프트 4순위 지명으로 입단했다. 사진캡처=오릭스 버팔로즈 SNS
일본프로야구의 신인선수 계약금은 최고 1억5000만엔(약 14억원)이다. 모리이가 오클랜드에서 받은 계약금이 일본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 선수보다 많다. 잠재력을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오클랜드는 모리이를 마이너리그에서 투수 겸 야수로 육성할 계획이다. 모리이는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에 관심 많았다. 메이저리그를 머리에 그리며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즉시 전력이었던 다른 일본인 선수와 달리 모리이는 마이너리그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성장해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걸 증명하고 인정받아야 한다.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가 지난한 과정을 통과해 최고 무대에 오를 수 있을 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계약은 어디까지나 시작일뿐이다.

오타니는 하나마키히가시고 졸업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계획했다. 일본프로야구를 건너뛰고 메이저리그 직행을 추진했다. 니혼햄은 먼저 오타니를 신인 1순위로 지명했다. 고교 졸업 후 미국으로
시속 153km 던지고 45홈런 때리고, 일본야구 건너 뛰고 미국으로, …
다르빗슈는 고교 졸업 후 니혼햄에 입단해 7년을 활약했다. 사진출처=일본야구기구 홈페이지
건너간 한국인 유망주들의 실패 사례까지 동원해 설득했다. 프로에서 경험을 쌓아 도전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해 마음을 돌렸다.

모리이는 다른 일본인 선수와 다른 길을 선택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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