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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선발투수가 없다."
대표팀 투수코치였던 최일언 현 삼성 2군 감독은 프리미어12 대회를 마친 뒤 "선발투수가 없다. 유망주들이 공이 빠르면 중간 투수로 많이 나가는데, 그런 선수들이 선발을 맡을 수 있는 정도의 실력까지 올라왔으면 좋겠다. 국제대회를 해보면 우리나라에서 던진다 하는 투수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까지는 안 된다. 아시안게임이나 된다. 제구력이나 변화구가 많이 부족하다. 각 팀 1, 2선발은 (미국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나오는 외국인 투수다. (국내 선발투수들은) 트리플A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다. 2선발은 국내 선수가 차지해야 야구 수준이 높아진다. 지금은 원투펀치가 다 외국인인데, 예전에는 안 그랬다. 과거 1선발이었던 류현진(38·한화 이글스) 윤석민(39·은퇴) 김광현(37·SSG 랜더스)은 외국인보다 잘 던졌다. 그렇게 1, 2명씩 나타나지 않으면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계속) 상당히 힘들 것"이라는 뼈 있는 말을 남겼다.
한국은 최근 국제대회마다 1라운드에 탈락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은 4위로 마쳤고, 2023년 WBC와 2024년 WBSC 프리미어12 모두 1라운드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유망주 위주로 전력을 꾸려 금메달을 따긴 했지만, 아시안게임은 한국과 대만 정도를 제외하면 아마추어 선수들이 출전하니 다른 대회들과 동일 선상에 두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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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쉬울 때마다 찾는 이름인 안우진(26·키움 히어로즈)이 또 거론됐다. 김광현이 최근 윤석민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국가대표 선발투수 순위를 매기면서 "안우진이 1번, 2번은 곽빈, 3번은 문동주(22·한화)다.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안우진 밖에 없다"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안우진은 외국인 투수를 밀어낼 수 있는 키움의 1선발이다. 휘문고를 졸업하고 2018년 1차지명으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해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 2022년 당시 22살 어린 나이에 30경기, 15승8패, 196이닝, 224탈삼진, 평균자책점 2.11을 기록하며 투수 2관왕(평균자책점, 탈삼진)을 차지했다. 2023년 시즌 활약도 대단했다. 안우진은 그해 9월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되기 전까지 24경기, 9승7패, 150⅔이닝, 164탈삼진, 평균자책점 2.39를 기록했다.
문제는 안우진의 과거다. 안우진은 휘문고 시절 야구부 동료와 후배를 폭행한 사건으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로부터 3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안우진의 고교 후배 일부가 그의 결백을 대신 주장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안우진을 향한 여론은 차갑다. 안우진은 KBSA 징계의 영향을 받지 않는 WBC에는 출전할 수 있는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 직후인 2023년에는 KBO가 그의 과거를 문제 삼아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안우진은 현재 재활을 하면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한국은 2026년 WBC에서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고, 안우진 발탁이 해법이 될 것이란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안우진은 오는 9월 소집 해제되는데, 대회가 열리는 2026년 3월에 전력 투구를 할 수 있는 경기 감각과 몸 상태를 되찾을지는 의문이다. 이런 현실적 문제를 떠나 복귀를 앞둔 안우진이 대표팀 전력 강화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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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