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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8억 에이스급' 美도 인정했는데, 왜 국대 선배들 나섰을까…"오타니 이길 사람 안우진뿐"

김민경 기자

기사입력 2025-01-12 15:08 | 최종수정 2025-01-12 16:44


'2728억 에이스급' 美도 인정했는데, 왜 국대 선배들 나섰을까…"오타…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와 키움의 경기. 장재영이 데뷔 3년 만에 첫 승을 거뒀다. 안우진이 9회초 김혜성의 호수비에 기뻐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7.5/

'2728억 에이스급' 美도 인정했는데, 왜 국대 선배들 나섰을까…"오타…
텍사스 레인저스 사이영상 투수 제이콥 디그롬.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 이길 수 있는 사람 안우진(26·키움 히어로즈)밖에 없어요."

안우진이 다시 한번 태극마크 자격을 두고 도마 위에 올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신화의 주역인 국가대표 에이스 선배들이 직접 목소리를 냈다. 류현진(38·한화 이글스)과 김광현(37·SSG 랜더스), 윤석민(39·은퇴)은 한국이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한 경기 승리를 책임질 수 있는 선발투수가 필요하고, 현재 그 자격을 갖춘 투수는 안우진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김광현은 최근 윤석민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국가대표 선발투수 순위를 언급하며 "안우진이 1번, 2번은 곽빈(26·두산 베어스), 3번은 문동주(22·한화)다. 오타니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안우진밖에 없다"고 냉정한 현실을 짚었다.

오타니는 일본의 2023년 WBC 전승 우승 신화를 이끈 주역으로 지난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약 1조323억원) 초대형 FA 계약에 성공한 슈퍼스타다. 오타니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역대 최초로 50홈런-50도루 클럽에 가입했는데, 앞으로 한일전에서 이런 선수를 잡으려면 안우진 정도 수준에 오른 선발투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류현진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류현진은 "1번 안우진, 2번 원태인(25·삼성 라이온즈), 3번 문동주"라고 의견을 냈다.

윤석민은 이에 "예민하긴 하지만 안우진이 있는 국가대표팀과 없는 국가대표팀은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베네수엘라든 도미니카공화국이든 최고의 멤버가 나와도 안우진이 있으면 견줘볼 수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쉽다"고 했다.

안우진의 재능을 의심하는 이는 없다. 안우진은 휘문고를 졸업하고 2018년 1차지명으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해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 2022년에는 외국인 투수를 밀어내고 팀 내 1선발로 자리를 굳혔다. 당시 22살 어린 나이에 30경기, 15승8패, 196이닝, 224탈삼진, 평균자책점 2.11을 기록하며 투수 2관왕(평균자책점, 탈삼진)을 차지했다. 1984년 롯데 최동원(223탈삼진)을 밀어내고 국내 투수 한 시즌 최다 탈삼진 신기록을 세우고,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미국 야구통계사이트 '팬그래프'는 안우진을 "한국의 제이콥 디그롬(37·텍사스 레인저스)"이라 평가했다. 디그롬은 2023년 시즌을 앞두고 텍사스와 5년 총액 1억8500만 달러(약 2728억원)에 FA 계약한 빅리그 최정상급 선발투수다. 부상이 잦아 '유리 몸'이라 불리긴 하지만, 빅리그 통산 218경기에 선발 등판해 84승57패, 1367이닝, 1666탈삼진, 평균자책점 2.52를 기록했다. 뉴욕 메츠 시절인 2018년과 2019년에는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구위형 투수인데, 시속 150㎞에 육박하는 고속 슬라이더가 일품이다. 안우진 역시 시속 160㎞에 근접한 강속구에 시속 145㎞대로 형성되는 빠른 슬라이더가 강점이다. 두 선수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은 이유다.


2023년 시즌 활약도 대단했다. 안우진은 그해 9월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되기 전까지 24경기, 9승7패, 150⅔이닝, 164탈삼진, 평균자책점 2.39를 기록했다. 안우진은 재활 기간이 길어진 틈에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 문제를 해결하는 쪽을 택했고, 오는 9월 소집해제 된다.


'2728억 에이스급' 美도 인정했는데, 왜 국대 선배들 나섰을까…"오타…
3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KBO리그 SSG와 키움의 경기가 열렸다. 힘차게 투구하고 있는 키움 선발 안우진.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08.31/

'2728억 에이스급' 美도 인정했는데, 왜 국대 선배들 나섰을까…"오타…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4회초 2사 3루 한유섬을 1루 땅볼로 처리한 안우진이 공을 받으러 달려가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5.6/
문제는 학교폭력으로 얼룩진 과거다. 안우진은 휘문고 시절 야구부 동료와 후배를 폭행한 사건으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로부터 3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안우진의 고교 후배 일부가 그의 결백을 대신 주장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안우진을 향한 여론은 차갑다.

안우진은 KBSA 징계의 영향을 받지 않는 WBC에는 출전할 수 있지만, 2023년 대회에는 최종 엔트리에 선발되지 않았다. 조범현 당시 기술위원장은 안우진을 제외한 배경과 관련해 "선수 선발 기준은 선수 기량과 함께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라는 상징적 의미와 책임감, 자긍심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은 최근 국제대회마다 1라운드에 탈락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은 4위로 마쳤고, 2023년 WBC와 2024년 WBSC 프리미어12 모두 1라운드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다양한 이유를 분석하지만, '한 경기 승리를 책임질 선발투수가 부족하다'는 말이 나온다.

2024년 프리미어12 대표팀을 이끈 류중일 감독은 "선발투수가 안 보인다. 있긴 있는데, 특히 한 경기를 잡아 줄 그런 친구들(에이스)이 안 보인다"고 냉정히 현실을 짚었다.

대표팀 투수코치였던 최일언 현 삼성 2군 감독 역시 프리미어12 대회 당시 "선발투수가 없다. 유망주들이 공이 빠르면 중간 투수로 많이 나가는데, 그런 선수들이 선발을 맡을 수 있는 정도의 실력까지 올라왔으면 좋겠다. 국제대회를 해보면 우리나라에서 던진다 하는 투수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까지는 안 된다. 아시안게임이나 된다. 제구력이나 변화구가 많이 부족하다. 각 팀 1, 2선발은 (미국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나오는 외국인 투수다. (국내 선발투수들은) 트리플A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다. 2선발은 국내 선수가 차지해야 야구 수준이 높아진다. 지금은 원투펀치가 다 외국인인데, 예전에는 안 그랬다. 과거 1선발이었던 류현진 윤석민 김광현은 외국인보다 잘 던졌다. 그렇게 1, 2명씩 나타나지 않으면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계속) 상당히 힘들 것"이라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안우진의 태극마크 자격이 다시 거론되는 배경에는 2026년 WBC가 있다. KBO는 한국 야구가 이 대회를 기점으로 반등하는 그림을 그리며 그동안 대표팀에 최대한 유망주를 발탁해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돕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안우진이 2026년 WBC까지 몸 상태와 경기 감각을 얼마나 회복할지 물음표지만, 2022년과 2023년 시즌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면 국가대표 선배들의 의견처럼 안우진이 1선발을 맡을 만하다. 2023년 WBC 때와 달리 이번에는 안우진을 과감하게 발탁할 수 있을까. 과거 국가대표 선배들이 안우진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가운데 KBO와 기술위원회가 어떻게 결정할지 벌써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728억 에이스급' 美도 인정했는데, 왜 국대 선배들 나섰을까…"오타…
2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KBO리그 롯데와 키움의 주말 3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투구하고 있는 키움 선발 안우진.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07.21/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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