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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윤석민은 대체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
윤석민은 최근 한 콘텐츠에서 류현진(한화) 김광현(SSG)와 얘기를 나누며 삼성 라이온즈의 홈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홈런이 너무 많이 나온다, 구장을 다시 지어야 한다, 중학생도 홈런 칠 수 있다, 말이 안되는 야구장" 등 개인 소견을 줄줄이 풀어놓았다.
이에 일부 삼성 팬들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윤석민 발언이 마치 '구장 이점으로 성적을 냈다'로 이해될 수 있다며 불편하다는 의견을 냈다. 결국 윤석민은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삼성이 라이온즈파크를 홈으로 쓰면서 나온 말이 '삼런', '라팍런'이다. 라이온즈파크는 국내 최초 8각형 구조로 설계됐다. 중앙 펜스까지 거리가 상당하다. 여기로는 홈런을 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중앙에서 좌-우측 파울 폴대로 이어지는 펜스가 직선이다. 그러다 보니, 파울 폴대 쪽으로 근접한 외야 펜스가 홈플레이트부터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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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잠실 뿐 아니라 다른 구장들에서는 손쉽게 좌-우익수 플라이가 될 타구가 홈런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해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삼성 김영웅이 LG를 상대로 친 홈런 중 2개는 분명 다른 구장이면 플라이가 될 수 있었던 타구들이었다. 그래서 FA 계약을 할 때도 투수들은 삼성행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타자들이 거기를 노려 의도적으로 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타이밍이 맞아 그쪽으로 가는 타구가 만들어지면, 생각지도 못한 이득을 보는 케이스다.
물론 삼성 타자들만 유리한 건 아니다. 상대팀도 같은 조건에서 경기를 한다.
거꾸로 라이온즈파크에서 잘 던지는 투수들도 많다. 경기장 때문에 삼성 성적이 더 좋았느니 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삼성은 라이온즈파크가 개장한 2016년 이후 2023년까지 단 1시즌을 제외하고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했다. 라팍의 장점을 상대 팀이 취했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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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윤석민은 투수였기에 투수 입장에서의 불리함을 강조한 말일 수 있다. 투수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승부구로 타자의 범타를 유도했는데 그 범타가 될 타구가 안타도 아닌 홈런이 돼버리면 누구라도 멘탈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평소 루틴화 해온 정상적인 승부에 대한 딜레마가 생길 수 밖에 없다.
'투수' 출신 입장에서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 발생 자체가 투수와 타자 간 정정당당한 승부가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측면을 강조하고픈 발언으로 보였다. 누구에게 유리하냐, 불리하냐를 떠나 그래도 모두가 홈런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타구가 홈런이어야지 '이지 플라이'가 홈런이 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일 수 있다.
재미 차원에서 야구장의 다양성도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야구의 본질에 대한 문제제기는 언제든지 열린 무대에서 이어질 수 있어야 야구가 건강해질 수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