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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그런 자세가 좋다."
김서현의 의지는 대회에서 빛을 봤다. 한국이 치른 1라운드 B조 조별리그 5경기 가운데 4경기에 등판해 4이닝 3피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한국 불펜 투수 가운데 최다 등판이었다. 비록 한국은 3승2패 B조 3위로 탈락했지만, 김서현이라는 한국 야구의 미래를 발굴한 것은 분명 소득이었다.
최 감독은 대회를 마치고 김서현을 콕 집어 칭찬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김서현이 제일 많은 4경기를 던졌다. (선수의) 자세가 던지고 싶어 한다. 와서 합숙 훈련 첫날부터 그랬다. (대회 마지막 경기도) 안 쓰려고 했는데, 던지고 싶어 하는 게 눈에 보였다. 그래서 8회에 투입했다. 그런 자세가 좋다"며 엄지를 들었다.
김서현은 서울고 에이스 출시능로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으면서 집중 조명을 받았다. 1년 선배 문동주(22)와 시속 160㎞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듀오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꽤 높았다. 주목받은 신인으로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김서현을 괴롭혔다. 그는 2023년 시즌 20경기에서 1세이브, 22⅓이닝, 평균자책점 7.25에 그치며 아쉬움을 삼켰다. 4사구 30개를 기록하는 동안 탈삼진은 26개에 그칠 정도로 제구가 거의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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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은 지난해 전반기까지도 길을 찾지 못했다. 7경기에서 8이닝, 평균자책점 2.25로 단순히 기록만 보면 괜찮았지만, 4사구 12개에 탈삼진 4개로 여전히 제구가 불안했다.
김서현은 시즌 도중 부임한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를 만나면서 터닝 포인트를 맞이했다. 양 코치는 김서현의 제구 난조는 기술적인 것보다는 심리적인 문제가 크다고 진단하고, 김서현이 마운드에서 어떤 결과를 얻든 계속 격려했다. 김 감독 역시 김서현을 계속 마운드에서 기용하면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는 시간을 줬다. 김 감독이 장기적으로 팀을 5강권 팀으로 끌어올리려면, 김서현이 정상 궤도로 올라오는 게 중요했기에 믿고 기다리는 쪽을 택한 것이다.
처음에 김서현은 패전조로 나서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찾는 시간을 보냈고, 김 감독은 시즌을 치를수록 조금 더 팽팽한 상황에 김서현을 내보내며 가능성을 시험했다. 김서현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며 시즌 마지막에는 필승조로 자리를 잡았다. 후반기 3개월여 만에 이룬 쾌거였다. 김서현은 정규시즌 37경기에서 1승, 10홀드, 38⅓이닝,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하며 생애 첫 성인 대표팀 발탁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화는 김서현이 새해에도 필승조의 한 축을 담당하길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해 정규시즌에 얻은 자신감에 국제대회라는 큰 무대에서 얻은 것들까지 더해지면 김서현은 더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 김서현은 김경문 감독, 양상문 코치, 최일언 감독 등 베테랑 지도자들이 왜 주목했고, 또 기회를 줬는지 증명하며 한화를 더 강팀으로 이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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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