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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우리가 에릭 페디(31,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처음 접촉했을 때 '내가 아직 그럴 나이가 아닌데 왜 나한테 한국행을 권하냐'고 화를 내기도 했다."
NC는 그런 페디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더는 한국이 외국인 선수들이 말년을 보내다 가는 곳이 아니고 메릴 켈리(36,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크리스 플렉센(30, 시카고 화이트삭스) 등 역수출 사례를 소개하며 빅리그에 한번 더 도전하기 위한 발판으로 KBO리그를 고려해 줄 것을 당부했다.
NC의 진정성 있는 설득에 감화한 페디는 결국 100만 달러(약 14억원) 계약에 합의했다. 지난해 30경기 선발 등판해 20승6패, 180⅓이닝,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하며 KBO리그 MVP와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휩쓸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화이트삭스와 계약하면서 메이저리그로 금의환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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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선수 시장 분위기 자체가 달라진 영향도 있는데, NPB의 극악한 생존 가능성이 KBO에 호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심재학 KIA 단장은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요즘 스플릿 계약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있고, 어느 정도 레벨은 되는데 100만 달러 이상, 150~200만 달러를 못 받는 선수라고 하면 일본에서는 어떻게 보면 시즌이 보장되지 않지 않나. 성적이 떨어지면 가차 없이 바로 2군으로 보내는 리그니까. 100만 달러에서 120~130만 달러 정도 받는 선수들은 한국에 와서 좀 리바운딩을 해서 다시 메이저리그로 가려는 문화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임 단장은 역시 "일본에 가면 2군에 수납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은 야구 자체가 퀄리티가 있고, 또 일본은 외국인 선수를 무제한으로 보유할 수 있다 보니 외국인 선수끼리도 경쟁을 한다. 1군에서 기회를 안 주는 경우가 많아서 일본이 한국보다 돈을 조금 더 주기는 하지만, 출전 기회를 안 주니까. 커리어를 살려서 미국으로 복귀하려는 선수들은 일본보다는 돈이 적어도 한국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출전이 보장되고, 일단 경기에 나가야 미국 스카우트의 눈에도 띌 수가 있으니까. 우리도 그래서 영입할 때 일본과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런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에 오면 에이스 대접도 받고, 일주일에 한번씩은 무조건 등판한다고 설명해 어필하는 경우가 조금 많다"고 밝혔다.
좋은 말을 걷어내면 NPB보다는 KBO가 조금 더 반등하기 쉬운 리그라고 볼 수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일본은 선수들이 너무 잘하다 보니 성공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오히려 망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처음에는 한국을 (신입 외국인) 100만 달러 상한제 때문에 꺼리다가 막상 일본에 가보니 적응할 시간을 보장해주지 않고 냉정하게 내치니 일본에서 50~100만 달러 정도 더 벌 수 있을지라도 한국에 오는 것이다. 최근 일본보다는 한국을 거쳐 미국에 금의환향한 사례가 더 많기도 하다. 그리고 KBO를 경험한 외국인 선수들이 에이스로 대우를 잘 받다 보니까 보통 다 좋은 말을 해주는 분위기"라고 현실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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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