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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그 사진 한 번 찍는 게 소원인 선수들도 있어요."
매년 겨울이면 프로야구 FA 선수들로 이슈가 넘쳐난다. 천문학적인 돈을 받고 팀을 옮기니 화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최근 삼성 라이온즈가 투수 최원태를 총액 70억원에 영입한 데 이어, FA 보상 선수를 놓고 시끌벅적 하다.
하지만 이면에는 같은 FA라는 자랑스러운 수식어를 달고도 구단들과 제대로 협상조차 못하는 선수들이 있다. 올해 FA를 신청하고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선수는 임기영 류지혁 이용찬 하주석(이상 B등급) 서건창 김성욱 문성현 김강률(이상 C등급) 등 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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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가능성조차 보이지 않는 선수들도 있다. 냉정한 현실이다. 지금까지 팀들의 '입질'이 없다면 앞으로도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악의 경우 'FA 미아'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사실 FA 신청은 신중해야 한다. FA 계약은 계약금을 줘야 한다. 다른 곳에서 데려가려면 선수든 돈이든 보상도 발생한다. '그런 것들을 감수하고 나를 데려갈 팀이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FA 신청을 하는 게 맞다. 그래서 올해도 몇몇 베테랑 선수들은 FA 자격을 얻었지만 아예 신청을 하지 않았다. 원소속팀과 원만하게 1년 연봉 협상을 하겠다는 사인을 보내는 것이다. 구단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의도도 있다. 원소속팀 마저 외면하면 자칫 은퇴 위기에 몰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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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신청을 잘못하면 '미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선수측은 더 잘 안다. 그럼에도 왜 그들은 FA 신청을 하게 되는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당연히 돈이다. 수십억원, 수백억원을 받는 선수들에게는 1~2억원이 크게 와닿지 않는 액수겠지만 '소형주'들에게는 그 1~2억원으로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일확천금'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생일대 다시 없을 수 있는 기회에 어떻게라도 목돈을 만져보고픈 의지가 생길 수밖에 없다. 생존을 위한 승부수다. 평범한 직장인들도 다 같은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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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선수 생활 말년 첫 FA 자격을 얻어 LG 트윈스와 1년 총액 2억원 계약을 맺었던 김용의 코치. FA로 1년 계약은 초라해보일 수 있었다. 당시 김 코치는 "FA 계약을 하면 사장님, 단장님과 악수하며 사진 찍고 그게 보도되지 않나. 그 사진을 찍어보는 선수가 몇이나 되겠나. 그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고 밝힌 바 있다. 액수를 떠나 FA 계약을 해봤다는 자체가 선수 생활의 보상을 받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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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계약인 선수들도 모두 다 가치가 있는 선수들이다. 구단들도 FA 신청을 했다고 마냥 미워하거나 의도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시대는 지났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 마음을 왜 모르겠나. 그러니 FA 시장에 나가서 평가를 받아보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야 선수도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KIA 통합우승에 공헌한 서건창은 무려 '4수' 끝에 힘겹게 FA 신청을 했다.
정으로만 구단 운영을 할 수 없으니, 나중에 돌아오면 기대 만큼의 대우는 못해주더라도 다시 품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남은 선수들도 그렇게 원소속팀과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