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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LA 다저스 지휘봉을 잡은 것은 2015년 11월이다. 전임 돈 매팅리 감독이 그해 NL 서부지구 1위를 차지하고도 포스트시즌 첫 관문인 디비전시리즈에서 뉴욕 메츠에 무릎을 꿇어 그 책임을 지고 계약기간 1년을 남기고 사실상 경질된 직후였다.
로버츠 감독이 롱런할 수 있었던 것은 매팅리 감독 시절의 전력을 대부분 계승한데다 구단주 그룹인 구겐하임 베이스볼 매니지먼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서부지구 우승을 거의 놓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2021년 106승을 거두고 지구 2위에 그치긴 했어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107승으로 당대 최강이었다는 점에서 로버츠 감독의 흠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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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올해 또다시 가을야구에서 광탈했다면 로버츠 감독의 자리는 굉장히 위태로웠을 것이다. 최소한의 성과는 월드시리즈 진출이었는데, 우승까지 거머쥐었으니 그는 향후 적어도 3년, 아니 5년 동안은 '탄탄대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로버츠 감독을 살린 것은 결국 선수들이다. 부상자 속출로 선발 로테이션이 붕괴된 가운데서도 마운드를 지탱한 불펜진의 공헌이 작지 않았고, 주전급을 떠받친 야수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뭐니뭐니해도 최대 공적자는 오타니 쇼헤이다. 오타니의 정규시즌 활약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타율 0.310, 54홈런, 130타점, 134득점, 59도루, OPS 1.036을 마크한 오타니는 이적 첫 시즌 NL 정규시즌 MVP를 예약했다. DS와 NLCS에서도 3홈런 10타점 12득점을 마크하며 타선을 이끌었다. 다만 월드시리즈는 오타니가 주연은 물론 조연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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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볼넷으로 출루한 뒤 왼손으로 저지 상의 깃을 붙잡고 뛰며 어깨 움직임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그래도 라인업을 지킨 건 왜일까. 바로 존재감이다.
로버츠 감독은 월드시리즈 우승 후 "오타니가 우리 팀과 전세계 팬들에게 선사한 활약은 양으로 측정하기 어렵다"며 "그는 포스트시즌 동안 한쪽 팔만 가지고 뛰었다(He was playing with one arm in the postseason). 보통의 선수라면 포기했을텐데, 오타니는 출전하려고 했고 라인업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덕분에 그는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오랫동안 간직한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특히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가 라인업에 있는 것만으로도 묵직한 존재감이 있기 때문에 팀에 도움이 됐다"면서 "프레디의 맹활약이 오타니에게 도움이 됐고, 오타니가 라인업에 합류하도록 명분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오타니는 한 팔만 가지고 출전함으로써 동료들로부터 더욱 많은 존경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존재만으로도 상대를 긴장시키고, 라인업에 힘을 실어주니 한쪽 팔을 못 쓴다고 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로버츠 감독을 살린 건 오타니였고, 동료들의 힘을 북돋운 것 역시 오타니였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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