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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삼성도, KIA도 모두 피해자.
정규시즌 우승팀 KIA는 23일 하루에 한국시리즈 2승을 챙기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KIA는 23일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삼성을 8대3으로 완파했다. 그리고 2차전이 열리기 전 이어진 1차전의 서스펜디드 게임에서 5대1 대역전승을 거뒀다. 그렇게 90%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을 잡았다. 역대 한국시리즈 2연승 팀은 20번 중 18번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1차전 서스펜디드 결정의 잔상이 사라지지 않는다. 전례 없는 초유의 사태였다. 양팀의 1차전은 21일 열렸다. 경기 전부터 많은 비가 왔고, 밤 늦게까지 비 예보가 있었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무슨 이유인지 경기를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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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리가 났다. 삼성쪽에서 들고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선발 원태인이 66구로 무실점 피칭을 하고 있었다. 거의 완투 페이스였다. 그 기회를 날렸다. 6회말까지 경기를 했다면 강우콜드승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데 삼성이 점수를 내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 상승 흐름을 끊었다. 야구는 특히 흐름을 타는 스포츠다. 코너에 몰린 KIA가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무려 이틀이나 준 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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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KBO의 선택에 2가지 잘못이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그날의 비와 예보라면 경기를 시작하면 안됐다. 정상적으로 경기가 열릴 환경이 아니었다. 시작부터 1시간이나 늦었다. 23일 이어지는 비 예보에, 이틀이나 경기가 열리지 못하면 안된다는 위기감에 그나마 개최 가능성이 있는 첫날 경기를 밀어붙였는지 모르지만, 모든 불행의 씨앗은 이 강행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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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비 예보가 없었다면, 일단 중단을 시켰다 재개를 시키는 시나리오로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21일 밤 늦게까지 비가 내린다는 건 이날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알고있던 정보였다. 다시 말해, 멈추면 다시 경기를 할 확률이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면 '이판사판'이 된 거, 6회말 KIA 공격까지 하고 강우콜드든, 서스펜디드 등 결정을 내리는 게 맞았다. KIA가 6회말 동점을 만든 상황에서 비가 많이 와 서스펜디드 결정을 했다면, 그 누가 비판을 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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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얘기한대로, 삼성이 실력으로 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져놓고 변명만 댄다'고 하기에는 전의를 상실하고, 의욕이 떨어지는 상황임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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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도, KIA도 피해자가 된 역대 최초 '2박3일 매치'였다. 1000만 관중 신화로 승승장구하던 KBO가, 가장 중요한 순간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