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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선동렬 류중일 김태형, 그리고 이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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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3선발에 외인 원투 펀치까지 선발 로테이션이 확고하고, 불펜의 양과 질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소위 거를 곳이 없는 타선까지 더해져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하지만 이들을 뒷받침할 백업 자원이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시선도 있었다.
결국 이런 전력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우승의 관건으로 여겨졌다. 5년차 막내 코치에서 갑작스러운 외부 변수 속에 내부 승격을 통해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이 과연 팀을 빠르게 수습해 이끌어 갈 것인지 새 리더십도 변수였다.
스프링캠프를 마친 뒤 이 감독은 '웃음꽃 야구'를 전면에 내걸었다. "선수들이 항상 웃으면서 그라운드에서 즐겁게 플레이 할 수 있게 웃음꽃 피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모든 팀이 호성적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분위기'를 말한다.
즐겁게 뛰놀수 있는 '신바람 야구' 분위기를 먼저 만들어야 유연한 플레이와 호성적도 뒤따른다는 소신. 좋은 걸 알아도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어떻게 가져갈지엔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 사실.
하지만 이 감독은 달랐다. 전면에서 '웃음꽃 야구'를 솔선수범해 실천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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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때마다 그라운드 곳곳을 돌면서 선수들과 농담을 주고 받았다.
경기를 마친 뒤엔 선수들과 때론 가벼운 대화를, 때론 진지한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끊임 없이 소통했다.
의견이 부딪칠 때엔 상대의 생각을 경청했다. 수긍할 만하다 판단하면 받아 들이는 쪽을 택했다.
옆구리 부상을 했다가 복귀한 최형우는 "감독님과 의견이 부딪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대부분 감독님이 져준다. 선수들 입장에선 그런 부분이 감사한 순간이 있다"고 증언했다.
물론 무조건 선수 의사만 중시하면서 팀을 이끈 건 아니다. 필요한 순간 단호한 카리스마도 보였다.
지난 7월17일 광주 삼성전. 9-5로 앞선 5회초 2사 1,2루에서 이 감독은 에이스 양현종을 과감하게 마운드에서 내렸다. 시즌 7승 요건 완성이 아웃카운트 단 한개를 남겨두고 무산되는 순간. 양현종이 시즌 처음으로 5이닝을 채우지 못한 경기이기도 했다. 양현종은 크게 아쉬움을 표했지만 이 감독의 지시를 따랐다.
결국 KIA는 위기를 극복하며 10대5 승리를 거뒀다. 이범호 감독의 결단이 만들어낸 결과물. 이 감독은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양현종에게 다가가 백허그를 하며 후배의 마음을 다독였다.
끊임없이 고뇌하면서 경우의 수를 치밀하게 계산하고, 결정을 내린 뒤엔 뒤돌아보지 않는 리더십.
후반기 순위 싸움이 격화되던 시기엔 밤잠을 설치면서도 경기장에서는 웃음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이 감독은 "경기 중에도 오만가지 생각이 들고, 마음 속에 불이 날 때도 있다"면서도 "나 한 사람이 참고 고민해서 해결되고, 그래서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간다면 그걸로 족하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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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1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전통의 강호. 명문팀 이면엔 무거운 분위기와 수직적인 팀 컬러에 대한 이미지가 컸던 게 사실. 하지만 베테랑과 신예가 조화를 이루면서 덕아웃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이 감독의 웃음꽃 야구를 계기로 완벽하게 원팀으로 뭉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젊은 지도자'가 만들 수 있는 최상의 결과물을 정규시즌 우승으로 입증해낸 KIA 타이거즈. 한 시즌 동안 검증된 이범호 감독의 부드러운 '형님 리더십'이 돋보였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