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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늦었지만, 다행.
구단들은 이미 오후 2시에 맞춰 경기 개최 준비를 하고 있었고, 팬들도 그 시간에 맞게 티켓을 예매했다. 중계 방송도 마찬가지. 이 모든 근간이 흔들릴 수 있어 하루 전 경기 시간 변경은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KBO는 용기를 냈다.
이유가 명확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람 잡는 폭염 때문. 9월 중순이 지나가고, 추석인데 너무 덥다. 남쪽 지역은 35도가 훌쩍 뛰어넘는 기온이다. 수도권도 마찬가지. 한낮에는 가만히 서있기도 힘든 더위다. 공교롭게도 허구연 총재가 17일 잠실구장을 찾았다. 잠실구장은 스카이박스가 없다. 허 총재도 '땡볕'에서 야구를 봤다. 몸으로 체감하니, 느껴진 바가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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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날씨가 너무 더우니 여기저기서 탈이 났다. 선수는 탈수 증세에 마운드에서 헛구역질을 하고, 어지럼증을 참지 못한 심판은 자진 교체를 선택했다.
가장 중요한 건 팬이었다. 오랜 시간 직사광선에 노출되는 자체가 위험한데, 격한 응원에 음주까지 더해지면 온열 질환으로 더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었다. 실제 지난 주말부터 추석 연휴까지 대부분의 구장에서 온열 질환 환자들이 속출했다. 구급차, 들것에 실려가는 팬들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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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KBO는 지난 주말부터 17일 추석까지 2시 경기를 고수했다. 고용 인력에 대한 처우, 중계 방송 편성, 이미 티켓을 예매한 팬들의 항의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예정된 시간을 3~4시간 늦추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는 했다.
여기에 돌아오는 주말부터 전국 최고기온이 30도 아래로 떨어지는 것도 참고 사항이었다. '추석 연휴까지만 버티면'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고는 늘 방심할 때 터진다. '무사안일주의'에 휩싸였을 때 결국 사고가 발생한다. KBO가 '18일 마지막 하루만 어떻게든 넘기자'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면, 어떤 사고가 터질지 예측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KBO는 단 하루지만, 급박했지만 경기 시간을 늦추는 전에 없는 결정을 내렸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자체가 다행이다. 다음 유사 사례가 있을 때, 조금 더 빠르게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든 것과 다름없기에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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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야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팬들은, 시간을 바꿔도 이해해주고 경기장을 찾아줄 것이다. 가장 우선은 팬들과 선수단의 안전'이라는 생각이 어렵게만 보였던 실타래를 단숨에 풀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