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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대도 프로 1명을 못 보냈다' 대학야구 드래프트 전멸, 왜 이런 참사가 일어났나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4-09-13 06:21


'연고대도 프로 1명을 못 보냈다' 대학야구 드래프트 전멸, 왜 이런 참…
11일 롯데호텔 월드 서울에서 열린 2025 KBO 드래프트, 각 구단에 지명된 선수들이 허구연 KBO 총재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4.09.11/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충격적인 전멸 사태, 도대체 4년제 대학 야구에 무슨 일이.

2025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총 1197명의 선수가 프로 무대 도전장을 던졌지만 단 110명의 선수만 팀들의 지명을 받았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한 곳. '매의 눈' 스카우트들의 눈은 정확하다. 가능성이 있고, 없고가 명확히 갈린다. 그래도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와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건 쉽지 않다.

이번 드래프트에는 충격적인 결과가 숨어 있었다. 110명 중 대학 4학년 선수는 단 1명도 지명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야구계 중심에 있었던 사학 명문 연세대, 고려대도 단 1명의 선수를 프로 선수로 만들지 못했다.

110명 중 대학 선수는 단 16명 뿐이었다.

이도 2020년부터 생긴 각 구단 대학 선수 1명 의무 선발 때문에 인원이 채워졌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16명의 선수들 중 4년제 대학 선수는 한화 이글스 8라운드 지명을 받은 투수 엄상현(홍익대), SSG 랜더스 10라운드 선택을 받은 한지헌(경희대) 뿐이다. 그런데 왜 전멸이냐고 봐도 되냐면 이 두 선수는 모두 '얼리 드래프트' 도전장을 던진 선수들이다. 다른 2년제 대학 선수들과 똑같이 2년만 대학 생활을 하고 프로 진출을 선언한 경우다. 나머지 14명은 모두 2년제 대학 선수들이었다.


'연고대도 프로 1명을 못 보냈다' 대학야구 드래프트 전멸, 왜 이런 참…
11일 롯데호텔 월드 서울에서 열린 2025 KBO 드래프트, 드래프트에 참가한 선수들이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4.09.11/
대학야구 위기 얘기는 오래 전부터 나왔지만, 이렇게 참혹한 결과가 나온 적은 없었다. 2020년 드래프트 때는 2라운드 KT 천성호(단국대) 3라운드 SSG 최지훈(동국대) 5라운드 LG 유영찬(건국대) 롯데 황성빈(경남대) 등 많은 대학 선수가 뽑혔고, 현재 1군에서 활약중이다.


2021년에는 2차 1라운드에서 박건우(고려대) 권동진(원광대) 2명의 상위 순번 선수가 나오는 등 즉시 전력감이 많았다. 2022년에는 심지어 키움 히어로즈가 1차지명으로 성균관대 투수 주승우를 선택했다. 지난해 역시 연세대와 고려대 포함, 많은 대학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 진출했다.

올해는 왜 갑자기 이런 충격적 사태가 발생한 것일까.

A구단 스카우트는 "먼저 올해 유독 대학 선수 자원이 약했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문제에 원인이 있었다. 이 스카우트는 "입시 제도가 바뀌며 서울 대학 야구팀들이 좋은 선수를 뽑을 수가 없는 구조다. 애초에 좋은 선수가 들어오지 않으니, 전력은 약화되고 선수도 눈에 띄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고대도 프로 1명을 못 보냈다' 대학야구 드래프트 전멸, 왜 이런 참…
11일 롯데호텔 월드 서울에서 열린 2025 KBO 드래프트, 10개 구단의 모자가 전시되어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4.09.11/
무슨 얘기일까. B구단 스카우트는 "수도권 4년제 대학 야구부는 입학할 때 개인 성적, 학업 성적, 고교팀 성적이 모두 필요하다. 야구를 잘하면 학업 성적이 부족하고, 학업 성적으로 들어오는 선수들은 야구 실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A구단 스카우트는 "4년제 대졸 선수를 프로팀이 뽑는다는 건 즉시 전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최근 대학 4학년 선수들 중 즉시 전력감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근 달라진 트렌드도 한몫 했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고교 선수들은 그래도 4년제 대학을 우선시 했다. 좋은 대학을 나왔다는 자부심도 있고, 4년간 체계적으로 실력을 쌓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야구로 승부를 볼 선수라면 오히려 2년제 대학을 선호한다. 최근 취업률이 높은 동원과학기술대, 부산과학기술대 등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다. 4년의 시간을 써버리면 군 문제 등으로 인해 오히려 프로팀 외면을 받을 거라는 계산을 한다. 2년 동안 자신이 부족하다고 지적받은 것들을 집중 보완해 도전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그래서 4년제 대학들이 위기를 탈피하고자 만든 게 '얼리' 제도였다. 2년제 대학으로 향하는 선수들의 마음을 돌리고자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미 2년제 대학들의 기세가 대단하고, 4년제 대학으로 가는 자원 자체가 좋지 않으니 '얼리' 제도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게 현장 평가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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