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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시작은 좋았다. 구위는 여전했다. 팬들의 애정은 따뜻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윤성빈은 3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주중시리즈 1차전에 선발등판했다. 하지만 1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 150㎞를 넘나드는 직구가 전부가 아니었다. 제구는 흔들렸고, 수비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경기전 만난 김태형 롯데 감독은 윤성빈의 선발등판에 대해 "2군에서 공이 좋았다고 하니, 일단 기회를 주는 차원이다. 투구수 제한은 없다"고 했다.
관중석에는 '네가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도 포기하지 않는다', '윤성빈 화이팅' 등 그를 응원하는 플래카드들이 보였다.
롯데가 1회초 먼저 2점을 선취했다. 상대 선발투수가 김광현임을 감안하면 중요한 득점처럼 보였다.
그리고 1회말 첫 수비. 150㎞를 넘나드는 직구는 여전히 강렬했다. 첫 타자 최지훈을 좌익수 파울플라이로 잡아냈다. 다음 타자 정준재의 거듭된 커트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기어코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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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타자 최정의 타구는 1루수 뒤쪽에 떨어지는 행운의 안타. 2루수나 우익수가 잡긴 어려웠다. 1루수 나승엽은 일찌감치 낙구지점 근방에 도달했지만, 공의 위치를 놓치며 안타가 됐다. 종종 있는 일이지만, 윤성빈의 심리가 흔들리기엔 충분했다.
에레디아에게 좌중간 1타점 2루타, 박성한에게 우익수 쪽 적시타를 잇따라 얻어맞고 동점이 됐다.
박정권 해설위원은 "라인에 걸치는 타구였기 때문에 쉽진 않았지만, 나승엽이 좀더 빠르게 위치 선정을 했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윤성빈의 실점이 이어졌을 때도 "아까의 수비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강조했다. 그가 1루수 출신이기에 더욱 중요한 지적이다.
그래도 추신수를 삼진처리하며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 1회의 모습은 분명 희망이 있었다. 타선도 2회 2점을 추가하며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했다.
하지만 윤성빈은 2회 들어 급격히 무너졌다. 첫 타자 한유섬에 스트레이트 볼넷, 그리고 이지영에게 동점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그리고 오태곤에게 다시 스트레이트 볼넷. 여전히 직구는 빨랐지만 전혀 제구가 되지 않았다.
결국 교체될수밖에 없었다. 다음 투수 최이준이 선행주자의 홈인을 허용하면서 이날 윤성빈의 기록은 1이닝 5실점이 됐다. 직구와 포크볼만 던졌다. 투구수 35개 중 직구가 29개, 포크볼이 6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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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롯데의 1차지명을 받는 건 당연하게 느껴졌다. 계약금이 무려 4억5000만원에 달했다. 윤성빈을 향한 야구계의 당시 평가가 엿보인다.
1년간 기량을 가다듬은 뒤 2018년 1군에서 선발 데뷔전을 치렀다. 18경기(선발 10)에 등판해 2승5패 평균자책점 6.39를 기록했다. 아쉬운대로 나쁘지 않은 첫 1군 시즌이었다. 명불허전 직구에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 슬라이더의 구종도 잘 어울렸다.
하지만 큰키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투구폼 변화가 독이 됐다. 어깨부터 허리까지 부상과 통증이 가득했고, 제구가 잡히지 않았다. 여기에는 프로 데뷔 이후 1m97까지 계속 성장한 키의 영향도 있다. 투구 밸런스를 잡기도 만만찮았다.
이후 1군 기록은 2019년 1경기 ⅓이닝, 2021년 1경기 1이닝이 전부였다. 입대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훈련소에서 조기 퇴소했다.
지난해까지 퓨처스리그에서도 8~9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1군에 올릴래야 올릴수가 없었다. 어느덧 팬들의 기억 속에서도 서서히 잊혀졌다. 늘씬한 체격에 잘생긴 얼굴마저 더이상 주목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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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감독은 윤성빈의 이번 선발등판에 대해 "중요한 기회"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1이닝 5실점으로 끝난 이날 등판, 윤성빈은 다시 기회를 받을 수 있을까.
인천=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