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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올해도 메이저리그 마운드의 최대 화두는 스피드다.
그런데 매년 이 부문서 1위를 다투던 투수 하나가 올해는 없다. 바로 샌프란시스코 조던 힉스다. 그는 지난 겨울 4년 4400만달러에 FA 계약을 맺고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 조건은 선발투수로 보직을 바꾸는 것이었다.
조던은 작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65경기에서 65⅔이닝을 투구했다. 그가 던진 1114개의 공 가운데 100마일 이상은 무려 470개였다. 작년 최다 100마일 순위에서 두란(473개)에 이어 2위였다. 조던의 주력 패스트볼은 싱커, 포심은 5% 정도 섞는데, 두 구종 836개 가운데 절반이 넘은 56.2%가 100마일대를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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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힉스는 지역 매체 머큐리 뉴스와의 지난 4월 인터뷰에서 "릴리버는 매일 모든 힘을 다 써야 한다. 지금은 아니다. 위기에 처했을 때를 대비해 힘을 준비해 놓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98마일이나 102마일이나 공은 많이 움직인다. 더 느린 구속에서도 공이 곧바로 날아가고 공끝의 움직임도 예리하다고 생각한다. 98마일을 던졌을 때 움직임이 여전히 살아 있다. 다만 전체적으로 내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구속을 좀더 내려고 한다. 별다른 위기가 없을 때는 이른 카운트에서 맞혀 잡고 배트 중심을 빗겨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100마일 공을 못 던지는 게 아니라 안 던진다는 얘기다.
재밌는 건 전체 투수들의 100마일 공의 비중이 2021년 0.26%, 2022년 0.48%, 작년 0.54%로 꾸준히 늘다 올해 0.43%로 줄었다는 점이다. 힉스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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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즌을 잘 버티려면 힘을 분배해야 한다는 걸 당시 깨달은 힉스는 올해 선발로 변신하며 구속 욕심을 버렸다. 전략적 선택이다.
힉스는 전반기 19경기에서 95이닝을 던져 4승6패, 평균자책점 3.79, 83탈삼진, WHIP 1.36, 피안타율 0.256을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는 투수는 로간 웹과 힉스 뿐이다. 우려했던 이닝 부담은 무리하지 않고 5이닝 수준에서 던지는 것으로 관리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가 힉스에게 바라는 건 계약기간 동안 지금처럼 던지는 것이다.
힉스는 당뇨병 환자다. 그는 자신의 게임 아이디를 '당뇨병(Diabetic Phenom)'이라고 할 정도로 숨기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17살 때 진단받았다고 한다. 매일 혈당을 체크하는 건 기본이고, 인슐린 섭취도 조절하고 있다.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투수들보다 몸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왔다는 얘기다.
힉스는 "그 병은 내 인생의 일부이니 받아들였다. 어디로 피할 수도 없는 것이다. 영원히 달고 살아야 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관리할 것이고,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야구, 나아가 삶을 대하는 자세가 긍정적이고 진취적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