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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좌우 타석에서 모두 치는 타자를 스위치 타자(switch-hitter)라고 한다. 그렇다면 오른손과 왼손을 모두 쓰는 투수는 뭐라 부를까. 스위치 투수(switch-pitcher)라고 하면 된다.
그런데 MLB.com에 따르면 벤디트에 앞서 '이벤트'로 한 경기에서 양손을 모두 사용한 투수가 있기는 했다. 몬트리올 엑스포스 우완 그렉 해리스다. 그는 은퇴를 앞둔 1995년 9월 29일(이하 한국시각) 신시내티 레즈전서 9회초 등판해 오른손과 왼손을 모두 사용해 화제를 모았다.
선두 우타자 레지 샌더스를 유격수 땅볼로 잡은 해리스는 좌타자 핼 모리스가 들어서자 왼손에 낀 글러브를 오른손으로 옮겨 끼더니 왼손으로 던졌다. 결과는 스트레이트 볼넷. 이어 좌타자 에드 터벤시를 상대로 계속해서 왼손으로 던져 포수 땅볼로 잡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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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령 퀴라소에서 2003년 5월 태어난 세인저는 올해 MLB파이프라인 유망주 랭킹서 25위에 올랐고, 제리 디포토 시애틀 야구부문 사장이 2015년 말 부임한 이래 뽑은 가장 흥미로운 투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스캇 헌터 시애틀 구단 스카우팅 디렉터는 "우리는 주란젤로가 양손을 모두 쓰기로 결정하도록 할 것이다. 그를 뽑은 흥미로운 이유다. 양손을 다 쓴다는 건 엄청난 장점이다. 오늘은 왼손, 내일은 오른손으로 던진다는 게 아니다. 타자 매치업에 따라 어느 손으로 던질 지 전략적으로 대응함을 의미한다. 일단 마이너리그에서 어떻게 효과를 내는지 볼 것이다. 계속해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가장 궁금한 사항은 역시 구속이 얼마나 나오느냐다.
놀랍다. MLB.com은 '세인저는 매우 희귀한 스위치 투수일 뿐만 아니라, 양손을 모두 정당하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구속이 왼손으로는 95마일, 오른손으로 99마일까지 나온다. 양손으로 모두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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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규칙은 '투수는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면 어느 손으로 던질 지 알려야 하며, 부상과 같은 중대한 변수가 아닌 이상 해당 타자를 상대로 던지는 손을 바꿔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세인저는 태어날 때는 왼손잡이였다. 그러나 어릴 때 네덜란드 프로 선수 생활을 했던 아버지를 따라 포수가 되기 위해 오른손으로 훈련을 하면서 오른손이 더 강해졌다고 한다. 세인저는 "난 항상 아빠 흉내를 내기 위해 오른손으로 던지기를 원했다. 내가 오른손잡이로 전향하고 싶었던 이유는 아빠였다"고 말했다.
MLB파이프라인은 세인저에 대해 오른손 투수로는 마커스 스트로먼(뉴욕 양키스)과 비슷한 스타일이고, 왼손으로는 구원투수가 어울린다고 분석하고 있다. 세인저는 "스트로먼이 롤모델"이라고 했다.
헌터 디렉터는 "오른손이 더 파워가 있다. 그러나 오른손으로 97~98마일로 던지고, 왼손으로 93마일로 던지는 걸 놓고 오른손이 더 '더 힘이 넘친다'는 게 흥미롭다. 오른손을 더 많이 쓰기 때문에 더 강하다"고 설명했다.
글러브가 궁금하다. 세인저가 쓰는 글러브는 오른손과 왼손 겸용이다. 글러브제조업체 윌슨에 의뢰해 이 특별한 글러브를 4개 갖고 있다. 손가락 구멍이 6개라고 한다. 글러브를 오른손, 왼손용으로 모두 구비해 마운드에 오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