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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깨끗한 야구를 하고 싶다"는 한화 김경문 감독의 야구 철학이 선수들에게 완전히 녹아들었을까?
문제의 장면은 9회초 1사 1, 3루에서 대타 문현빈이 스퀴즈 번트를 시도해 1점을 뽑은 후 벌어졌다.
계속된 1사 1, 2루의 찬스. 4-3으로 앞선 한화의 다음 타자는 황영묵.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에서 두산 이병헌의 바깥쪽으로 빠지는 슬라이더를 황영묵이 커트하려다 배트를 놓치고 말았다. 손에서 빠진 배트가 마운드까지 날아갔고 이병헌이 펄쩍 뛰면서 피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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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한화 더그아웃에서 "사과해"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황영묵이 3루수 허경민에게서 배트를 돌려받는 순간에도 여러 차례 사과하라는 소리가 들렸다.
배트에 맞을 뻔한 이병헌은 황영묵을 쳐다보며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황영묵은 헛스윙 삼진 판정에 온 신경을 뺏긴 듯했고, 결국 이병헌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더그아웃의 베테랑들이 계속 사과하라고 소리쳤지만, 관중의 응원 소리에 묻힌 탓에 황영묵이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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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 후 그라운드에 나온 류현진과 이재원이 황영묵을 향해 손짓했다. '두산 선수단에 사과하라'는 의미였다. 황영묵을 직접 사과시킨 류현진은 절친 양의지를 향해 다시 한번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보냈다. 양의지도 류현진의 사과를 '쿨'하게 받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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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실함으로 무장한 25세 늦깎이 신인 황영묵은 펄펄 날고 있다. 48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1푼 1홈런 20타점 22득점으로 맹활약 중이다.
그 절실함 때문에 동업자 정신이 훼손될 뻔했다. 한화의 베테랑들이 빠르게 바로 잡아줘서 다행이다. 황영묵도 이날 하나를 더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