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KIA의 경기. 7회 솔로홈런을 날린 KIA 최형우.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6.11/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의미 있는 대기록 작성. 하지만 웃을 수가 없었다.
KIA 타이거즈의 '해결사' 최형우(41)는 11일 인천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에서 4-4 동점이던 7회초 고효준을 상대로 우월 솔로포를 터뜨렸다. 이 홈런으로 최형우는 '국민타자'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이 보유하던 KBO 역대 최다 루타(4077개)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또한 역대 2번째로 17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에 성공했다.
최형우는 이날 첫 타석이었던 1회초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SSG 드류 앤더슨으로부터 깨끗한 중전 안타를 뽑아냈다. 이후 두 타석에서 각각 볼넷과 땅볼에 그쳤으나, 팀이 동점을 허용한 상황에서 다시 리드를 가져오는 장쾌한 아치를 그렸다.
1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KIA의 경기. 7회 솔로홈런을 날린 KIA 최형우.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6.11/
하지만 웃을 수가 없었다. KIA는 8회말 박지환에게 2타점 3루타를 맞으며 역전을 허용한 뒤, 9회초 이우성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연장 10회말 끝내기 안타를 맞으면서 결국 6대7로 패했다. 0.5 경기 차 였던 선두 LG 트윈스가 이날 삼성 라이온즈에 패한 가운데, KIA가 승리했더라면 사흘 만에 선두 자리를 탈환할 수 있었기에 더욱 뼈아픈 끝내기 패였다. 최형우의 기록 작성도 그렇게 빛이 바랬다.
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과 KIA의 경기. 타격하는 KIA 최형우. 잠실=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6.09/
최형우의 올 시즌 활약, 불혹을 넘긴 선수라곤 믿기지 않는다.
KIA가 치른 65경기 중 61경기에 출전, 타율 2할7푼6리(232타수 64안타) 10홈런 5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32다. 4월까지 타율이 2할5푼2리에 머무르면서 우려를 자아냈으나, 5월 한 달간 타율 3할7리, 4홈런 19타점을 기록하면서 다시 페이스를 되찾았다. 지금의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올해도 120안타 이상은 무난히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20시즌 이후 4시즌 만의 20홈런-100타점 시즌도 가능해 보인다.
개인 통산 최다 2루타(505개)와 최다 타점(1592개)에서 최형우는 이미 출전 할 때마다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제 최다 루타 부문에서도 안타 1개만 더 치면 새로운 역사를 만들게 된다.
1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KIA의 경기. 6회 솔로홈런을 날린 KIA 최형우.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6.11/
최형우는 자신의 기록을 논할 때마다 "오래 뛰니까 따라오는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곤 한다. '오래 뛰기 위해' 남몰래 했던 노력과 땀, 눈물을 드러내지 않은 채, 묵묵히 팀의 맏형으로 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한 걸음 더 옮기면 전설을 넘어서는 그는 과연 행보의 끝자락에서 어떤 말을 남기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