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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좋았을 때 모습을 본 거 같아요."
김명신(31·두산 베어스)은 지난 3년 간 전천후 불펜이었다. 3년간 모두 65이닝을 던졌고, 총 225⅔이닝을 소화했다. 지난 2년 간은 각각 79⅔이닝, 79이닝을 던졌다.
구속으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타입이 아닌 정교한 제구로 타자와 승부를 보는 김명신에게는 어긋난 밸런스는 치명타가 됐다. 조금이라도 공이 몰리면 정타가 됐다. 올해부터 ABS가 시행된 만큼, 스트라이크존 구석에 찔러 넣은 공이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냉정하게 볼이 되곤 했다. 1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59이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안게 됐다.
지난 8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은 김명신에게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던 순간. 선발 투수 김유성이 고전하면서 1회 급하게 마운드에 올랐고, 3⅔이닝 6안타(1홈런) 3실점을 기록했다. 총 투구수는 50개.
이승엽 두산 감독은 "첫 이닝 보다는 두 번째 세 번째 이닝을 가면서 공이 더 좋았다"라며 "50개 가까운 투구를 하고도 힘이 남아 있었는데 더 던지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다. 3실점이 있었는데 실점에 비해서 경기 상황 등이 나쁘지 않았던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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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좋지 않았던 모습은 사실 '구위'의 문제는 아니었다. 박정배 투수코치는 "구위가 떨어진 모습은 아니었다. 다만, 몰리는 공이 많다보니 맞아나가는 게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명신은 "어떻게 보면 자만일 수 있는데 그동안 힘으로 붙으려고 했던 거 같다. 잘될 때는 그렇게 해도 코너워크가 됐는데 지금은 계속 타자를 상대로 타이밍이 더 늦길 바라면서 붙고, 변화구로 결정지으려고 하다보니 안 됐다. 또 ABS가 나오면서 예전에는 프레이밍으로 잡아줬던 부분이 지금은 안 잡히는 경우도 있었다. 봤을 때는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했던 게 안 잡히면서 그런 부분도 겹쳤던 거 같다"고 말했다.
김명신은 이어 "성적이 안 좋다보니까 마운드에서 여유도 없어졌다. 조금 더 절박하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볼넷이 나오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던지다보니 공이 몰렸다. 점수를 계속 줘서 오히려 내려놓고 집중해서 던지다보니 조금씩 감이 잡혔던 거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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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원 역시 2022년 23홀드로 신인왕을 수상했고, 지난해에는 67경기에 나와 72⅔이닝을 소화하며 13세이브 11홀드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1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97로 다소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명신이 지난 3년 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자리는 김택연 최지강 이병헌 등 후배 선수들이 나눠서 막고 있다. 다만, 이들의 출전 빈도가 잦아지면서 여름철 체력 관리도 두산의 고민 사항으로 떠올랐다. 김명신은 "지금 어린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 힘들어 보이기도 한다"라며 "그러면서도 최근 몇 년 동안은 내가 어린 친구들 보다 더 나간 경우도 있더라. 그러면서 나도 내심 잘했구나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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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