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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뉴욕 양키스가 지난해 12월 8일(이하 한국시각)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후안 소토를 데려올 때 내준 선수는 모두 5명이었다. 마이너리그 유망주 투수 4명과 베테랑 포수 카일 히가시오카를 소토의 구매 대금으로 지불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샌디에이고는 또 한 명의 외야수를 끼워 팔았다. 그게 바로 트렌트 그리샴이다.
2022년 겨울부터 작년 시즌 중반까지 김하성과 함께 트레이드 소문의 단골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선수다. 현지 매체 디 애슬레틱은 2022년 12월 31일 '파드리스는 선발투수가 필요한데, 트렌트 그리샴 혹은 김하성을 트레이드할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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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런 분 양키스 감독은 왜 그를 중심타선에 넣었을까. 그리샴은 그 이유를 2-3으로 뒤진 6회말 타석에서 보여줬다.
양키스는 6회 선두 알렉스 버두고의 내야안타, 저지의 3루수 강습 내야안타, 상대의 폭투 등으로 1사 1,3루 찬스를 맞았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그리샴은 다저스 선발 타일러 글래스노의 4구째 96.8마일 한가운데 날아드는 직구를 잡아당겨 우측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스리런포로 연결해 5-3으로 다시 전세를 뒤집었다. 결국 양키스는 6대4로 승리해 3연전 전패를 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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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런 분 양키스 감독은 경기 후 "결정적인 홈런이었다. 그리샴은 빠른 공을 잘 친다. 놓치지 않았다"면서 "그는 시즌 내내 정말 훌륭한 동료다. 그는 뭐든 준비가 돼 있다. 자신의 역할을 받아들였다. 이번 주 기회를 많이 줬는데, 그걸 잘 이용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분 감독은 "중심타선에 좌타자가 필요했는데, 빠른 공이 주무기인 글래스노를 겨냥해 그리샴의 활약을 기대했다"고도 설명했다.
그런데 이날 양키스타디움을 찾은 팬들의 반응이 묘했다. 그리샴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우린 소토를 원한다!(We want Soto!)"고 외쳐더니 6회 그리샴이 홈런을 터뜨리자 8회 타석에서는 "우리는 그리샴을 원한다(We want Grisham!)"며 태세전환한 것이다.
역전승의 주역 그리샴은 팬들의 바뀐 반응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는 경기 후 "홈런을 쳐서 팬들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다음 타석에서 그런 응원을 들으니 기분은 좋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양키스로 옮겨와 출전 기회가 줄어든 것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과정을 지켜봤는데, 요즘처럼 며칠 연속 플레이하며 박차를 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담담히 밝혔다.
그리샴을 그 누구보다 응원하는 선수는 다름 아닌 애런 저지다. 이날 8회 쐐기 솔로홈런을 친 저지는 "그런 소리가 나오길래 기분이 참 좋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 과정에서 홈런을 쳐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고 생각한다"며 "소토는 곧 회복될 것이고 좋아질 것이다. 그렇지만 그리샴도 아주 훌륭한 선수다. 오늘 밤 그는 우리가 필요로 했던 아주 중요한 순간 등장했다"고 밝혔다.
이날 2타수 1안타 3타점 1득점 2볼넷을 올린 그리샴은 타율을 0.083에서 0.100(50타수 5안타)로 끌어올렸다. 3홈런, 9타점, 4득점, OPS 0.538.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