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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현실의 벽이 높아만보였다. 방황도 있었다. 하지만 야구만 바라보고 달렸다. 어느덧 타선의 중심에 우뚝 섰다.
2022년 후반기에도 타율 4할1푼4리의 불방망이로 스스로의 재능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마운드에 왼손 투수가 올라오면 여지없이 타석을 비우곤 했다. 좌완 상대 타석(24개)이 우완(210타석)의 10분의 1에 불과할 만큼 철저하게 플래툰으로 기용됐다.
기록 면에서 약하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적응할 시간도 없었다. 타율 2할2푼3리로 추락한 지난해 역시 좌투수를 상대할 때는 배제되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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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툰 다음은 수비의 벽에 부딪혔다. 원래 고승민은 2루수였다. 제대 후엔 타격 재능과 강한 어깨를 살리기 위해 우익수로 나갔다. 지난해에는 다시 내야로 돌아와 1루수를 맡았다. 그러다 나승엽이 제대하고, 외야에도 외국인 선수 레이예스가 보강되면서 스프링캠프 때는 다시 2루수 훈련을 받았고, 시즌 초에는 부상으로 외야 한자리가 비면서 다시 코너 외야로 나갔다.
올시즌 2루수로 76타석, 좌익수로 40타석을 소화했다. 이밖에 우익수(9타석) 지명타자(5타석) 1루수(4타석)로도 나섰다.
거듭된 부담에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강력한 스윙이 장착된 멀티포지션은 이제 고승민의 최대 강점이 됐다. 수비에서 활용도가 높다보니 출장빈도가 올라갔고, 타격감을 유지하기도 수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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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왼손 투수가 나와도 타선에 내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전에는 왼손 투수 공이 더 치기 편했는데, 결과가 안 좋다보니 부담이 컸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 주신 기회에 보답하고 싶다. 타격폼도 김주찬, 임훈 코치님 도움을 받아 계속 가다듬고 있다."
고승민을 위해 팀 전체가 팔을 걷어붙였다. 고승민은 지금 글러브를 3개 쓴다. 좌익수-우익수로 나설 때 쓰는 외야수용, 2루수일 때 쓰는 내야수용, 그리고 1루수용 미트다.
외야 글러브는 고승민 자신의 것. 1루수로 나설 땐 나승엽의 미트를 함께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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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내야수로만 쭉 나가면 좀 부담스럽다. 한번씩 외야를 나가면 마음이 좀 편하더라. 아직 2루수는 잘 못하는 것 같다. 주위에서 커버쳐주는 형들께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