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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어려울 때 손 잡아준 팀인데...
하지만 과정이 좋지 않으면 프로 선수로서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박병호가 그렇게, 씁쓸하게 팀을 옮기게 됐다.
KT와 삼성은 28일 밤 박병호, 오재일 1대1 트레이드를 전격 발표했다. 정말 급작스럽게 진행된 일이다.
KT는 조용히 트레이드를 알아봤지만, 덩치가 큰 박병호 트레이드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마음이 떠난 박병호는 하루라도 빨리 KT를 떠나 자신이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팀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요구한 게 방출이었고, KT도 막다른 길인 웨이버 공시를 요청하려다 극적으로 삼성과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선수가 트레이드, 방출을 요청할 수도 있지만 박병호와 KT의 특별한 관계를 고려하면 상처가 남을 수밖에 없다.
리그 최고의 홈런타자로 이름을 날린 박병호. 하지만 2020 시즌부터 타율이 2할 초반대로 추락하며 급격한 하락세를 탔다. 키움 히어로즈는 FA 자격을 얻은 박병호를 잡지 않았다.
그 때, 갈 곳을 찾지 못하던 박병호에게 손을 내민 팀이 KT였다. 조건도 나쁘지 않았다. 하락세의 선수에게 3년 최대 30억원을 안겼다.
원소속팀 키움에 박병호 이적 보상금으로 22억5000만원을 건넸다. 무려 52억5000만원의 출혈을 감수했다.
박병호도 기대와 배려에 부응했다. 이적 첫 해인 2022 시즌 35홈런을 터뜨리며 홈런왕에 등극,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 박병호는 다시 내리막 길을 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강철 감독은 "우리 팀 4번은 박병호"라며 무한 신뢰를 보냈다. LG 트윈스에 패한 한국시리즈에서도 박병호가 부진했지만, 이 감독은 그를 계속 4번 자리에 배치했다.
올해도 이 감독은 박병호를 살리려 애를 썼다. 팀도 살려야 했다. 언제까지 생산성이 떨어진 박병호를 고집할 수 없었다. 문상철이 좋은 타격감을 보였다. 박병호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팀 밸런스를 끌어올리려는 티가 역력히 묻어났다. 하지만 박병호는 주전 4번이 아니라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FA 계약을 체결한 선수가 거기에 마음이 상해 은퇴를 논하고, 무작정 방출을 요구하는 건 책임감 없는 행동이다. 비시즌도 아니고, 이제 시즌에 막 들어간 시점이기에 더 아쉬움이 남는 결정이었다.
어찌됐든, 박병호는 어려울 때 자신을 도운 KT를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FA 계약 끝이고, 출전 기회가 많아야 다음 계약을 더 좋게 이끌어낼 수 있다는 생각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국민거포'라는 닉네임과 어울리지 않는, 개운치 않은 방법으로 팀을 옮기며 자신의 명예에 상처를 남기게 됐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