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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어쩌다 미끄러지는 경우, 어렵게 쌓아올린 신뢰도는 또 뚝 떨어진다.
6-1로 크게 앞선 8회초 마운드에 오른 고우석은 6타자를 상대했다. 선두 요니 에르난데스에 투스트라이크에서 3구째 80.9마일 커브를 낮은 코스로 유인구로 던지다 우전안타을 맞은 고우석은 차베스 영을 92.8마일 한복판 직구로 2루수 병살타로 유도하며 금세 위기를 벗어났다.
그러나 올리버 던에게 좌측으로 2루타를 얻어맞으면서 또 위기를 자초했다. 원스트라이크에서 2구째 86.1마일 체인지업을 바깥쪽으로 던진 것이 102.6마일의 라인드라이브 타구로 맞아 나갔다. 이어 타일러 블랙에게 좌전적시타를 허용하면 한 점을 내줬고, 아이작 콜린스에 좌중간 3루타를 내주고 추가 실점을 했다. 콜린스의 경우 볼카운트 1B2S에서 던진 4구째 84마일 슬라이더가 한복판으로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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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고우석은 이적 후 5경기에서 1홀드,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합계 6이닝 동안 9안타와 1볼넷, 1사구를 내주고 삼진 3개를 잡아냈다. 피안타율이 0.360, WHIP가 1.67에 이른다.
이 정도의 성적이라면 메이저리그에서 불러 올릴 만한 근거로는 부족하다. 그렇다고 구속이 빨라진 것도 아니다. KBO 시절 맘껏 뿌렸던 94~97마일(151.2~156.1㎞) 직구를 좀처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가 트리플A에서 기록 중인 직구 평균 구속은 메이저리그 불펜 투수들의 평균 구속인 94.6마일(152.2㎞)보다 2마일 가까이 느리다. 구속 회복이 필요한 이유는 빅리그가 투수들을 평가하는 주요 항목이기 때문이다.
샌디에이고와 계약할 당시 각 구단의 스카우팅리포트에 기재된 구속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고 제구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필살기로 불릴 만한 변화구를 던지는 것도 아니다.
고우석이 지난 3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스프링트레이닝서 마이크 실트 감독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것은 뚜렷한 강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좋던 직구의 강인함이라도 보여줘야 하는데, 시범경기와 서울시리즈를 앞둔 스페셜 게임에서 난타를 당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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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 구단서도 좀처럼 기회가 생기지 않고 있다. 마이애미는 이날 우완 앤서니 말도나도를 트리플A로 내려보내면서 우완 엠마누엘 라미레즈를 콜업했다. 지난 4월 29일 빅리그에 데뷔해 3경기서 3⅓이닝 무실점을 올린 뒤 다시 트리플A로 내려갔던 라미레즈는 트리플A 4경기에서 7⅓이닝 6안타 6실점의 난조를 보이고도 또다시 기회를 얻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앞선 빅리그 호투 경험 덕분일 수 있다.
어쨌든 마이애미는 올해 연봉 175만달러를 받는 고우석을 마냥 방치할 수는 없다. 기회가 오겠지만, 적어도 그 가치와 가능성은 고우석이 보여줘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