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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언젠가는 이런 경기를 하고 싶었다."
출발은 불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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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9회. 투구수 87개로 8회까지 마친 양현종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타자 강백호에 중전 안타를 내준 양현종은 로하스를 포수 파울플라이 처리하면서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장성우의 대수비로 들어온 조대현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무4사구 완투승의 기회가 날아가자 양현종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양현종은 박병호를 삼진 처리한 데 이어 황재균의 대타로 투입된 이호연마저 투수 땅볼로 잡으면서 1694일만의 완투승을 확정 지었다. 총 투구수는 102개. 개인 통산 9번째 완투승이다.
양현종이 승리를 확정 짓자 그라운드의 동료들이 모두 마운드에 몰려들어 축하를 전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1만7402명의 관중들도 기립박수로 대투수의 완투승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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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은 "1회엔 줄 점수를 주자고 생각했다. 우리 팀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뽑아줄 거라 생각하고 버틴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야수들 컨디션에 맞춰 최소 투구수로 최다 이닝을 막는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는데, 1회에 3득점으로 역전하고 이후 빠르게 승부가 되다 보니 좋은 흐름으로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6회를 마친 뒤 투구 수가 얼마 되지 않아 '오늘은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7회를 마친 뒤 코치님이 '네가 갈 때까지 간다'고 말해주셨다. 8회를 마친 뒤엔 코치님이 '그만하자'고 이야기 하셨는데, 나는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올 지 모른다는 생각에 '계속 던지겠다'고 했다. 코치님은 아마 나를 걱정해주신 것이겠지만, 나는 해보고 싶었다. 감독님도 믿고 맡겨주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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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양현종은 이닝 소화 뿐만 아니라 투구 수 관리 면에서도 지난해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팀 분위기가 좋다 보니 내가 큰 짐을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이 크다. 이전엔 책임감도 컸지만, 그것 때문에 오버하는 피칭도 있었다. 지금은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정말 잘 하고 있고, 팀이 상위권에 있어서 부담감이 크지 않다. 부담을 덜고 경기하는 게 이렇게 편할 줄 몰랐다. 지금처럼 부담을 털어내고 경기한다면 팀에 더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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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