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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홈런성 타구를 날리고도 드넓은 구장 탓에 아쉽게 잡히고 말았다.
다소 아쉬움이 남는 데뷔 첫 한 달간 성적이지만, 높은 수준의 새 리그에 적응하는 과정이었음을 감안하면 팀의 리드오프로 제 몫을 했다는 평가를 낼 만하다.
이날 경기도 이정후에게는 매우 생소했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소속인 보스턴과의 시즌 첫 경기인데다 우측 외야가 드넓은 구장은 압도적이었다. 펜웨이파크는 좌우 외야가 비대칭적인 구조다. 37피트 높이의 좌측 펜스는 일명 '그린 몬스터'로 유명하다. 게다가 우중간 펜스 거리가 380~420피트로 가운데 펜스(390피트)보다 멀어 좌타자들에 악명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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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타석에서다. 0-4로 뒤져 패색이 짙은 9회초 선두타자로 들어간 이정후는 상대 우완 저스틴 슬레이튼의 6구째 90.6마일 몸쪽 커터를 끌어당겨 오른쪽으로 플라이를 날렸다. 발사각 34도, 타구속도 100마일로 날아간 타구는 쭉쭉 뻗어 펜스를 넘어갈 듯 보였지만, 너무 멀었다. 보스턴 우익수 윌리어 아브레우가 펜스 앞에서 여유있게 잡아냈다.
스탯캐스트는 이 타구의 비거리를 377피트(115m)로 측정하고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구장 가운데 26곳에서는 홈런이 됐을 것으로 봤다. 즉 같은 방향으로 377피트를 날았다면 26개 구장에서는 펜스를 넘어갔을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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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앞서 6회초 1사 1루 3번째 타석에서도 좌중간 방향으로 비거리 353피트(108m)짜리 플라이를 쳤다. 상대 좌완 브레넌 버나디노의 4구째 91.2마일 한가운데 싱커를 받아쳐 발사각 29도, 타구속도 96.1마일의 잘 맞힌 타구를 날렸지만, 중견수 재렌 두란이 좌중간으로 달려가 캐치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날 샌프란시스코와 보스턴 타자들이 친 타구들 가운데 비거리 1,2위가 모두 이정후가 친 것들이었다. 데뷔 전 이정후의 파워에 의문을 표시했던 현지 전문가들의 시각은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이정후는 지난 22일 오파클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에서 6회말 야구장 우측 밖 맥코비 만에 떨어지는 파울을 친 적이 있다. 파울폴을 살짝 빗겨 날아간 타구가 오라클파크 관중석과 도로를 넘어 바다에 떨어진 것이다. 당시 타구의 비거리는 383피트였다. 몇 피트만 안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면 생애 첫 스플래시 히트가 될 타구였다.
이정후가 올해 터뜨린 인플레이 타구 중 최장 비거리는 지난 3월 31일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 8회에 친 406피트짜리 우중간 홈런이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이었다.
이어 이날 9회 우익수 플라이가 두 번째로 멀리 날아간 타구였다. 지난 21일 애리조나전 1회 선두타자 홈런은 364피트를 날아갔다. 이정후가 올시즌 350피트 이상 날린 타구는 7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