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시즌 초 3할대 중반의 타율을 유지하며 절정의 감을 뽐내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의 타격이 여전히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런데 로버츠 감독이 오타니가 득점권에서 안타를 잘 못치는 이유를 심리적 측면에서 설명해 눈길을 끈다.
그는 이날 MLB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오타니는 스윙이 매우 공격적이다. 그건 좋은 일"이라면서도 "그런데 상대 투수들도 오타니가 주자가 스코어링 포지션에 있으면 잘 못친다는 정보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로버츠 감독은 "많은 경우 타자와 투수들은 스코어링 포지션에서 승부가 끝나기를 원한다. 그 순간이 끝났으면 하는 것이다. 투수들은 그 순간이 종료되기를, 타자들은 그 순간이 계속 이어지를 바라는 것"이라며 "그런데 오타니와 같은 특별한 경우 타석에서 좀더 오래 서 있는 고통(pain)을 참을 줄 알아야 한다. 즉 실수가 나올까봐 타석에 들어서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타석에 오래 서 있으면 좀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카운트를 가능한 길게 끌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타니는 요즘 초구, 2구에 승부를 보는 타격이 많다. 성급하다는 것이다. 상대 투수는 오타니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스트라이크보다는 유인구를 많이 섞는다는 점에서 3,4구 이상을 보는 게 좋다는 조언이다.
로버츠 감독은 그러면서 "오타니와도 이런 얘기를 했다. 만족스러운 대화였다"며 "오타니 같은 선수들조차 '쉽게 따먹을 수 있는 열매'가 얼마든지 있는 법"이라고 했다. 오타니가 카운트를 길게 끌고 가면 안타를 칠 확률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투수들에겐 '재앙'과도 같은 소리일 것이다.
|
|
평균 타구 속도(94.7마일), 스윗 스팟 비율(46.5%), 타석 대비 배럴 비율(14.6%), 하드 히트 비율(59.2%) 등은 2018년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가장 좋은 수치다. 또한 타석 대비 삼진 비율은 17.7%로 데뷔 이후 가장 낮다. 올시즌 전체 타자들의 평균 삼진율은 22.8%이니, 오타니가 삼진을 좀처럼 당하지 않는 타자가 됐다는 의미다.
공을 배트 중심에 잘 맞히고 삼진도 잘 당하지 않는다면, 홈런은 더 늘어날 것 아닌가. 아직은 홈런포가 폭발적이지 않지만, 오타니도 한 번 흐름을 타면 몰아치는 특징이 있다. 그는 작년 6월에만 15개의 홈런을 날려 LA 에인절스 구단 역대 월간 최다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오타니는 지난 13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전에서 1회말 우완 마이클 킹의 직구를 밀어쳐 좌중간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이는 시즌 4호, 개인통산 175호 홈런이었다.
|
|
|
그렇다면 아시아 출신 최다 홈런 기록의 주인은 누구일까. 바로 추신수다. 그는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6시즌 동안 218개의 아치를 그렸다. 추신수는 전형적인 홈런타자는 아니었지만, 두 자릿수 홈런을 꾸준히 치면서 아시아 '홈런킹'의 자리에 올랐다.
그런데 아시아 홈런왕의 자리가 올해 바뀔 수도 있다. 오타니가 43홈런을 추가하면 추신수를 따라잡는다. 이날까지 4홈런을 쳤으니, 올해 43개를 더 치면, 즉 올해 47홈런을 마크한다면 추신수와 아시아 통산 홈런 부문 공동 1위가 된다.
다만 오타니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은 2021년의 46개다. 전문가들은 오타니가 올해 지명타자로만 출전해 투수로서 받는 스트레스가 없다는 점에서 타격에서 커리어 하이를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 50홈런을 기대해도 좋다는 것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