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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의심없는 필승조였다. 시즌전 김태형 롯데 감독이 제시한 롯데 필승 마운드 구성에 구승민(34)이 빠진 적은 한번도 없다.
그런데 부진이 생갭다 깊다. 롯데는 4일 대전 한화전에서 5대6, 1점차로 석패했다. 또다시 결정적 순간 필승조 구승민이 무너졌다.
레이예스의 홈런 등 2-0, 4-1로 앞서며 초반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선발 윌커슨이 노시환에게 솔로포를 허용한데 이어 페라자에게도 3점홈런을 얻어잦으며 4대4 동점이 됐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구승민은 이날 4-4로 맞선 7회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선두타자 문현빈과 페라자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채은성에겐 초구부터 좌측 펜스를 때리는 1타점 2루타를 엊어맞았다. 다음타자 노시환에겐 다시 볼넷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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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구승민의 난조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 시범경기에선 4경기 3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지며 가을야구를 예감케했다. 리그 초유의 5년 연속 20홀드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만큼이나 단단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SSG와의 개막전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0-2로 뒤진 7회 등판한 구승민은 홈런 포함 3피안타 1볼넷을 내주며 3실점, ⅓이닝만에 교체됐다.
이어 지난달 26일 KIA전에선 1-1로 맞선 8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선두타자 박찬호의 안타를 시작으로 폭투, 소크라테스에게 적시타까지 허용하며 결승점을 내주고 패전투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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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롯데의 성적은 5일까지 2승7패.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타선이 부진 속에도 대등한 경기가 대부분이었다. 승부처를 포착하는 김태형 감독의 용병술이 빛나는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그중 최소 3번의 통렬한 패배에 구승민의 지분이 절대적이다.
총 4번의 등판에서 단 한번도 자신의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1이닝을 채운 적이 한번도 없다. 급기야 4일 한화전에선 아웃카운트 하나도 못잡고 무너졌다. 이날까지 구승민의 시즌 성적은 2패 평균자책점 54.00, WHIP(이닝당 안타+볼넷 허용률)가 10.50에 달한다. 표본이 적긴 하지만, 구승민 등판의 기댓값이 상대팀의 타자일순인 셈. 말 그대로 굴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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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역대 홀드 1위(108홀드), 2020년부터 4년 연속 20홀드의 꾸준함. 구승민은 "야구선수로서 열심히, 꾸준히 해온 증거다. 올해도 60경기 60이닝을 목표로 뛰겠다"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FA에 대한 질문에도 "올시즌을 마치고 결과로 받겠다. 응원이라 생각한다"며 웃어보이던 그다.
부상이 아닌 이상 구승민에게 꾸준한 신뢰를 보여줘야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프로 데뷔 11년의 세월 동안 단한번도 가을야구 무대에 서지 못했던 그다. 남다른 의욕으로 준비한 올해다.
하지만 하필 그 부진이 '김태형호'의 출발과 함께 터져나왔다. 구승민의 부활 또는 뒷수습, 롯데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